이번 주말은 남편과 손을 잡고 홍대와 연남동을 돌아다녔다. 골목골목 작은 소품샵들과 카페들을 다니는 재미가 있었다. 이런 소소한 일상이 참 행복하다.
길 가다가 보세옷가게에서 서로 옷을 골라주기도 했다. 나는 만 오천 원짜리 고무줄 바지이지만 운동복 같지 않고 정장바지 같은 아이보리색 바지를 샀다.
나는 몰랐는데 남편이 옷을 고르고 피팅룸에서 입어보고 계산하는 모든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있었다. 나중에 보니 간직하고 싶은 사진들이었다.
요즘 임신준비한다고 엄청 먹다 보니 살이 많이 쪄서 원래 입던 옷들이 다 허리가 불편해졌다. 오늘은 고무줄 바지를 산 기록적인 날이다. 돌아다니다 보니 봄날씨에서 더운 초여름 날씨로 바뀌는 것 같았다. 후덥지근해져서 여름이 다가오는 느낌이어서 남편의 반팔 티셔츠를 사자고 했다.
사실 우리 부부는 쇼핑을 좋아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편인데 오늘은 길거리데이트여서 색다른 느낌으로 하나씩 보세옷을 사려고 했다.
남편한테 이런저런 티셔츠들을 골라줘서 피팅룸에서 남편이 갈아입으면 내가 잘 어울리는지 봐줬다. 피팅룸 안쪽에는 남녀 함께 들어가지 말라는 사인이 있어서 피팅룸 커튼 밖에서 남편이 옷을 입고 나오는 걸 보면서 어울린다 안 어울린다 말해줬다. 영화 '귀여운 여인'의 남녀가 바뀐 느낌이 들었다. 결국 남편에게 맞는 옷을 찾지 못했고 남편은 지쳐서 피팅룸에서 금방이라도 잠들 것 같았다.
우리는 연남동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쇼핑으로 지친 몸을 회복했다.
"쇼핑엔 카페인이 필요해!"
역시 쇼핑으로 지쳤을 때 회복방법은 커피만 한 게 없다.
최근 연남동의 매력에 빠져서 남편에게 계속해서 연남동에서 놀자고 하는데 다 맞춰주는 남편이 고맙다. 나는 커피를 마시며 다 회복했는데 남편은 커피숍에서 벽에 기대서 잠깐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