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저 커피 마시고 싶어요. 혹시 이따가 간호사 선생님한테 나갈 때 여쭤봐서 커피 먹어도 괜찮다고 하면 사 오면 안 돼요?"
-따르릉따르릉
"수박주스 먹을래?"
'커피는 안 되는 건가?'
"글쎄요......."
" 아메리카노 먹을래?"
"네!!! 따뜻한 걸로 사 와요. 아까 너무 추웠어요. 아이스는 못 먹을 것 같아요."
"커피 된대. 수박주스도 사갈게."
"네."
남편은 내가 좋아하는 커피와 수박주스를 사 온다고 했다. 기쁜 마음으로 병실에서 기다렸다. 조금 메슥거리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8시에 공포의 자궁수축 주사를 맞기 전, 몸 상태가 좋을 때 빨리 맛있는 걸 먹고 싶었다.
남편은 커피와 수박주스를 사 왔다. 병실에 오는 길에 입구에 있는 간호사실에 계시는 간호사 선생님들께도 음료를 드리고 왔다고 했다.
"여보. 너무 잘했어요."
커피를 마시니 점점 배가 더 아파왔다. 자궁수축 효과도 있는 것 같고 오줌도 마려워졌다. 배변판에 입원 후 첫 오줌을 쌌다. 오줌에 피가 섞여 나왔고 흐물흐물 거리는 하얀색 물컹거려 보이는 뭔가도 나왔다.
간호사 선생님을 불렀다.
"이 정도는 되어야 해요."라고 말하면서 손바닥에서 손가락 네 개 부분을 가리켰다.
"새벽에 많이 나와요."
그래도 드디어 피가 나오기 시작했다. 약물배출이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저녁 8시가 되었다. 간호사 선생님이 오셨다. 항생제 알레르기를 테스트하고, 공포의 자궁수축 주사를 맞았다. 항생제는 총 두 종류를 맞을 건데 하나는 알레르기 검사를 안 해도 돼서 놓고 간다고 하셨다.
"알레르기 검사는 15분 뒤에 와서 확인할게요. 그때 열도 잴 거예요."
"아까 피검사 한 건 혹시 결과 나왔나요?"
"그건 패혈증 검사인데 배양하는 데 5일이 걸려요. 다음에 외래 오실 때 결과를 들을 수 있을 거예요."
"패혈증과 혈액에 염증 있는지를 볼 거예요. 각기 다른 곳에서 뽑았잖아요."
"따꼼할 거예요."
엉덩이에 자궁수축 주사를 맞았다.
아까와는 다르게 아직은 괜찮았다.
처음 질정을 넣고, 자궁수축주사를 맞았을 때 너무 아팠던 기억이 선명해서 더 아파지기 전에 화장실에 가서 오줌을 쌌다. 아까와 같이 오줌에 흐물흐물 거리는 하얀색 뭔가가 나왔다.
오줌을 쌀수록 배출이 잘 되는 것 같아서 물을 더 마시고 싶었다. 남편이 물을 떠줬다. 빨대 있는 텀블러를 가져가긴 잘했다. 빨대 덕분에 누워서 마시기도 좋았다.
에어컨은 계속 틀어놨다. 아까와는 다르게 추위가 안 느껴졌다. 평상시 겪는 생리통 정도의 통증은 계속되었다.
"진통제를 맞고 이 정도면, 원래 더 아플 통증이었나?"
진통제를 맞을 수 있다는 이점 덕분에 입원하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8시 30분쯤 간호사 선생님이 오셔서 항생제 알레르기 검사했던 부분을 확인한 후 "항생제 알레르기는 없으세요."하고 항생제를 투여했다. 큰 주삿바늘을 링거선에 꽂았기 때문에 나는 아무런 느낌도 나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인턴으로 보이는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어떤 증상이 있으세요?"
"평상시 느끼는 생리통 정도의 통증이 배에 계속 있어요. 그리고 처음에 토할 거 같았는데 제가 점심을 안 먹어서 토 안 하고 참았더니 점점 증상이 나아졌어요. 지금은 계속 약하게 울렁거리는 정도예요."
그분은 내가 말하는 대로 핸드폰에 다 옮겨 적으셨다.
"그렇군요. 약을 먹을 정도는 아니죠?"
"네. 약한 정도예요."
내 이야기를 듣던 간호사 선생님이 나가려다 멈췄다.
"약 있으니까 증상 심해지면 꼭 말해주세요."
그리고 두 분 다 나가셨다.
두 분이 나가시고 난 뒤로 나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나왔다. 통증이 조금씩 심해지는 것 같다.
9시쯤 되니 심한 생리통 정도의 통증에 허리까지 아파왔다.
끙끙대고 있으니 간호사 선생님께서 들어오셔서 열을 재주셨다.
"아직도 미열이 있으세요."
"아. 그럼 에어컨을 제일 세게 틀고 이불을 덮지 말까요?"
"아니에요. 그래도 안 떨어질 거예요. 약물을 투여하면 열이 날 수 있거든요. 일단은 지켜보신다고 하셨어요."
평상시 체온이라고 느꼈는데, 열이 난다니 신기했다.
"통증은 괜찮으세요?"
"심한 생리통 정도의 통증이에요. 통증이 점점 더 심해져요."
"그러다가 배출이 되는 거예요. 대소변 보시면 바로바로 알려주셔야 돼요."
"네."
아파지는 건 긍정적인 사인 같다. 배가 점점 더 아파지고 토할 것 같은 울렁거림도 조금은 심해졌다. 그래도 아직 구토할 정도는 아니었다.
열이 내리길 바라면서 에어컨 세기를 강으로 올렸다.
1인실이어서 에어컨 온도 조절가능한 게 좋았다.
심한 생리통 같은 통증은 점점 역대급 생리통 같은 통증으로 변해갔다. 배가 아파서 자꾸 끙끙거리는 신음소리를 내게 되었다. 다인실이었으면 주변에 피해될까 봐 손으로 입을 꼭 막고 소리를 참았을 것 같다. 오줌을 쌀 때마다 아주 작은 핏덩어리가 함께 나왔기 때문에 물을 많이 마셔서 배출을 하려고 노력했다. 밤 12시부터는 혹시 모를 소파술을 위해서 금식을 해야 했기 때문에 더더욱 그전에 물을 많이 마셔서 최대한 뱃속에 있는 흔적들을 쏟아내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해 본다면, 점심을 안 먹고 대변을 안 싸려고 노력한 게 그리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을 것 같기도 하다. 대변을 싸려고 힘을 줄 때 뭔가가 나올 가능성도 있을 것 같기도 했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도 조금 먹고, 점심은 아예 안 먹은 상태로 집에서 대변을 누고 왔다. 거기에다가 병원에서 먹은 저녁밥도 반절만 먹었기 때문에 오늘 대변은 안 나올 것 같았다.
저녁 10시가 넘어서자 생리통 비슷한 통증과는 다른 통증 양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랫배가 아닌 명치 바로 아랫부분인 윗배까지 아파졌다. 배 전체가 골고루 아팠다. 생리통과는 또 다른 묵직한 고통이었다. 진통제 덕분인지 끙끙거리는 신음소리를 내며 참을 수 있었다. 뱃속에서 경련이 일어나는 것 같은데 중간에서 시작된 통증이 아래에 있는 자궁까지 울리는 것 같았다.
'빨리 다 나왔으면 좋겠다.'
퇴근하고 바로 병원으로 왔던 남편은 집에 가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내일 출근 복장을 챙겨서 다시 온다고 했다. 처음 남편이 병실에 들어왔을 때 내가 자궁수축주사를 맞고 아파서 벌벌 떨고 있을 때여서 그 충격이 계속 가나 보다. 두 번째 자궁수축주사를 맞고 난 후에도 아플까 봐 자리를 떠나지 못하던 남편을 집으로 보냈다.
"새벽에 더 아플 수도 있어요. 집에서 좀 쉬고, 짐도 챙겨서 다시 와요."
남편이 떠나니 괜스레 허전했다. 남편은 계속 같이 있어주지 못하는 걸 미안해해서 본인 말고 친정어머니를 보호자로 하길 바랐었다. 하지만 나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세상에서 가장 든든하고,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남편이, 이 힘든 시기에 내 곁에 있어주길 간절히 바랐다. 하루에 얼굴을 5분밖에 못 본다 하더라도 내 보호자는 남편으로 하고 싶었다.
에어컨도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다. 늦은 저녁부터는 중앙에서 에어컨을 꺼주는 것 같았다.
내가 느끼는 온도는 딱 적절했다.
밤 10시 반이 되어가는데 오줌에는 피만 살짝 나올 뿐이다. 물을 많이 마시며 오줌을 자주 싸고 있다.
배설 과정이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다.
심한 생리통 같은 통증은 계속된다. 너무 물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오줌에 아무런 피나 이물질이 보이지 않고 맑은 색이다. 자정이 다가온다.
'배는 아픈데 왜 안 나오니?!!'
밤 12시가 되면 혹시 모를 소파술을 위해서 금식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물도 마시지 못한다. 어제 교수님께서 진료실에서 얘기하실 때는 소파술 이야기가 없었기 때문에 처음 입원했을 때 간호사 선생님이 소파술을 언급했을 때 매우 놀라긴 했다.
"만약 안 나오면 하루 더 입원할 수 있나요?" 최대한 약물배출을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에 물어봤지만 확실한 대답을 주지 않았었다.
아직 소파술을 하고 싶지는 않다.
자정에 다시 자궁수축주사를 맞을 텐데, 효과가 강하게 들어가서 새벽에 꼭 아기집이 배출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