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과 초콜릿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by 로에필라

질정을 넣고, 자궁수축 주사를 맞은 지 30분도 안 돼서 오한이 들고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추위에 몸이 덜덜 떨려서 에어컨을 끄려고 일어나는데 아랫배가 찢어지듯이 아파서 잠시 주저앉았다. 침상에서 내려가기도 힘들 정도의 고통이 찾아왔다.


그래도 너무 추웠기에 일어나서 창문 밑에 있는 에어컨을 끄고 다시 누웠다. 산부인과 환자복 하의는 치마이기 때문에 더더욱 춥게 느껴졌다. 가져온 담요를 덮었다. 그걸로도 안 돼서 수면바지를 입으려고 했다. 수면양말과 수면바지를 가져오긴 잘했다. 혹시 모를 오한과 추위를 대비해서 병상 한편에 핫팩, 수면바지, 수면양말, 담요를 놨었는데 오한이 오니 손을 뻗어서 바지 빼고 하나씩 착용했다.


상체는 링거 때문에 어떻게 껴입을 수조차 없었다. 입원은 처음이어서 링거를 계속해서 꽂고 있어야 해서 외투를 입지 못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드르륵

병실 문이 열리면서 슬로 모션으로 조금씩 조금씩 남편의 예쁜 얼굴이 드러난다.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 반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보. 바지 좀 입혀주세요. 너무 추워요."

남편은 병실에 들어오자마자 매우 아파 보이는 나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급하게 어깨에 걸치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고, 침상으로 다가와 수면바지를 입혀줬다.


남편을 보호자로 등록하긴 했지만, 병시중 들게 할 생각은 정말 없었다.

하지만 몸을 못 가눌 정도로 몸이 덜덜덜 떨려서 이불과 담요 안에 들어가 있는 게 최선이었다.

웃으며 들어왔던 남편의 얼굴이 점점 걱정하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마치 여러 번 나의 바지를 입혀봤다는 양 누워있던 나에게 바지를 입혀주었다.

다리에 온기가 올라오면서 훨씬 추위가 나아지는 게 느껴졌다.


"담요도 잘 덮어주세요. 너무 추워요."

담요와 이불로 꽁꽁 싸매도 너무 추워서 가져온 핫팩 하나를 흔들어서 손에 댔다. 손 발이 너무 시렸다. 타이타닉호에서 빙하 물에 빠져서 얼어붙은 장면이 상상이 되었다. 어둡고 차디찬 바닷물에 점점 더 깊이 빠지는 것 같았다.

자궁수축 주사를 맞은 엉덩이를 중심으로 하체가 덜덜덜 떨려왔다.

오들오들 귀엽게 떠는 정도가 아니라 트위스트를 추듯이 골반이 통제가 안될 정도로 흔들거렸다.


"핫팩 하나 더 뜯어서 발에도 대 주세요."

남편을 부려먹고 싶지 않았지만, 아프니까 눈에 뵈는 게 없이 남편한테 계속해서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요구를 하고 있었다.

특히 손발이 너무 시려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핫팩을 대고 있어도 댄 부위만 괜찮고, 나머지 부위는 얼음 속에 있는 듯 너무너무 추웠다.



배는 너무 아팠다.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통증이었다.

통증의 수준을 1에서 10으로 나타낸다면, 9 정도의 강한 강도의 통증이 나를 덮쳤다.


"너무 추워요. 이불 하나만 더 달라고 해주세요."

남편은 밖으로 나가더니 이불을 하나 더 가져왔다.


이렇게 아플 줄은 몰랐다.

어떻게 이 통증을 혼자 견디려고 했을까?

너무 아파서 가까이에 있는 화장실도 못 갈 정도고 옴짝달싹을 못하겠다. 그 와중에 토할 것 같은 울렁거림이 계속되어서 언제든지 토할 수 있게 토하려고 가져온 배달용기를 침대 밑에 넣어달라고 했다.


배달용기가 바로 내 오른쪽 아래 있으니 안심이 되었다. 오늘 점심을 먹지 못했기 때문에 토해도 위액만 나올 것 같아서 최대한 참았다.


"책 좀 캐리어에 넣어주세요."

몸 상태를 보아하니 여유롭게 책을 볼 수는 없다. 내가 약물배출을 너무 우습게 보았다.

침대맡에 있던 책도 남편이 가져갔다. 통증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남편은 나의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해서 불을 끄고 명상음악을 틀어놓았다.


"눈 감고 한숨 자."


남편은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며 내 얼굴에 손을 올렸다. 내 얼굴이 너무 차가워서 남편 손이 매우 따뜻하게 느껴졌다. 한겨울처럼 코끝도 시렸다.


"우리 한겨울에 데이트할 때가 생각나요. 밖에서 내 코가 차가워지면 이렇게 당신이 따뜻한 손을 코에 대고 따뜻하게 해 줬었잖아요."

아프지만 남편과의 행복했던 추억도 잠시 떠올라서 행복했다.


얼음인간을 사랑하는 사람이 만지면, 함께 얼어가다가 결국 사랑의 힘으로 얼음인간을 녹여서 얼음을 빼낼 수 있을 것이다.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슬플 때나 즐거울 때나,

결혼서약 그대로 나의 인생의 동반자가 언제나 내 곁에 있다는 게 감사했다.



'너무 아파. 나는 자연분만 안 하고 제왕절개 할래. 이렇게 길고 긴 통증을 견딜 자신이 없어.'

말이 안 나올 정도로 아파서 신음소리밖에 안 나왔다.


그렇게 오후 다섯 시 반쯤 되어서야 통증이 잠잠해졌다.

폭풍이 치다가 멈춘 평화로움이었다.

이제 살살 아픈 생리통 정도의 통증만 있었다.


인턴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증상은 어떠세요?"


"오한이 들고 너무 춥고 배가 아팠어요. 이불을 하나 더 덮으니 나아지는 거 같아요.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어요."


그리고 저녁밥이 도착했다. 다행히도 통증이 조금 나아진 상태였다. 살짝은 울렁거려서 안 먹을까 하다가 남편이 일어나는 걸 도와줬다.


"내가 밥 먹여줄까?"


"아니에요. 내가 먹을 수 있어요."


밥은 꽤나 맛있었다. 못 먹을 줄 알았는데 반절쯤은 먹었다. 그리고 남편이 준 초콜릿을 먹으니 통증이 다 없어졌다. 달콤한 초콜릿이 모든 통증을 녹이는 진통제라고 생각하니 생각대로 안 아팠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밀크초콜릿의 맛이 입안 가득 퍼지며 기분이 좋아졌다.



-똑똑


"열 재러 왔어요.

증상은 어땠어요?"


"오한이 심하고 아팠는데 지금은 괜찮아진 상태예요."


"열이 있네요."


"혹시 제가 핫팩을 가지고 있어서 그럴까요?"


"아니에요."


"너무 추워서 열이 있을지는 몰랐어요."


"오한이 원래 열이 날 때 증상이에요. 오한이 있으면 바로 말씀해주셔야 해요."


지금 난 집에 있는 게 아니라 병원이니까 오한이 일어날 때 병원에서 처치를 받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원래 이 증상이 일어나는 게 자연스러운 건 줄 알고 병상에서 그저 아픔을 참았던 것이다. 또 증상이 일어난다면 꼭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좀 이따 그 간호사 선생님이 다시 들어오셨다.


"해열 진통제 놔주라고 하네요."


"지금은 괜찮은 것 같아요."


"열이 많았다가 지금은 괜찮게 느끼는 거예요."

"들어가는 느낌이 많이 나서 아플 거예요. 너무 아프면 말하세요."


이제 링거가 세 개가 되었다.

진통제인 두 링거와 다르게 해열 진통제를 맞기 시작하자 팔등에 꽂힌 바늘이 더 아프게 느껴졌다.



아직까지 아무런 대소변이 나오지 않았다.

간호사 선생님이 들어와서 다시 열을 재고 아직도 열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피를 뽑는다고 했다. 링거를 맞지 않은 쪽 팔에서 피를 뽑고 나서 소변통 2개, 가래통 1개를 주셨다.


"소변은 깨끗한 중간소변으로 보셔야 해요."


소변검사를 위해서 입원한 뒤 처음으로 오줌을 쌌는데 아직 피가 나오지 않았다.


좀 있다가 간호사실 말고 다른 쪽에서 온 직원이 다리에서 피를 뽑았다. 안쪽 복숭아뼈 쪽에 바늘을 꽂아서 경악스러웠다. 아까 피를 뽑은 곳과 다른 곳에서 뽑아야 한다고 했다. 임상병리사인 것 같다.


그리고 좀 이따 인턴 또는 레지던트로 보이는 의사 선생님이 오셔서 대변검사를 한다고 했다.


"아직 대변이 안 나왔어요. 이따가 나오면 그때 채취를 해야 할까요?"


기다란 면봉을 가져오신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니요. 제가 채취할 거예요. 돌아누워보세요."


남편은 화장실에 들어가서 자리를 피해 주었다.

커다란 면봉은 나의 항문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이렇게 대변을 채취하는 거구나.'


창피했지만, 그나마 남편이 안 봐서 다행이었다.

남편이 보고 있었으면 평생 부끄러웠을 것 같다.


계류유산 약물배출을 위해서 입원하자마자 심한 오한이 찾아오는 바람에 남편의 병간호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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