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가기 싫다

누군가 날 끌고 데려갔으면 좋겠다

by 로에필라

아침이 됐다.

눈을 뜨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병원에 가기 싫다.

누군가 날 끌고 데려갔으면 좋겠다.


식욕이 없지만 점심 먹을 생각이 없어서 아침에 조금 먹고 수박을 좀 먹었다. 후기에서 읽었듯이 대소변을 간호사에게 보여주는 게 수치스럽다니까 최대한 집에서 많이 배출하고 가고, 병원에서는 덜 먹어야겠다.


오늘은 생리통 정도로 배가 아팠다.

어제부터 질정을 끊고 커피를 많이 마셔서 그런 것 같다.



입원 준비물 중 하나인 기저귀 또는 생리대를 사러 나갔다.


점심 대신 커피를 마시기로 하고 임신하고서 한 번도 가지 못했던 동네커피숍에 가서 아메리카노 큰 사이즈를 시켰다.


"5500원입니다."

일반 사이즈가 테이크아웃 가격으로 2000원이었던 곳이어서 '얼마나 크길래 5500원이나 하지?' 싶었다.


가격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입원 전에 집에서 먹는 마지막 만찬으로 커피를 먹고 싶었다. 커피를 먹으면 기분도 좋아지고, 자궁수축이 잘 돼서 좋은 경과가 나올 것 같았다.


커피가격을 카드결제하니 2500원이라는 알림이 왔다.

'2500원이었구나!'

아메리카노를 사서 마트에 갔다.


집 앞에 있는 마트에 가니 성인용 기저귀는 딱 한 브랜드밖에 없었다. 패드형과 팬티형 두 개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어제 입원가방은 미리 싸 놓아서 기저귀만 추가하면 됐다. 하지만 생각보다 기저귀 부피가 커서 기내용 캐리어로 가방을 바꿨다.



기저귀가 부피를 많이 차지해서 캐리어 두 면이 다 기저귀로 가득 찼다.

포장지를 뜯고 나서 한쪽면에만 담고, 남은 한쪽면에는 옷 위주로 넣었다.



캐리어를 끌고 지하철을 탔다. 다행히 병원은 지하철역과 꽤 가까운 편이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손쉽게 지하철을 탔지만, 그래도 손으로 캐리어를 들어야 할 때가 많았다. 퇴원하면 몸조리를 잘해야 되니까 택시를 타야겠다고 생각했다.



병원에 2시 10분쯤 도착해서 입원수속을 밟았다. 다행히 1인실이 있어서 1인실에 있을 수 있게 되었다.


병실 안내를 받았다.

지나가면서 보니 다인실도 2~3명 정도만 이름이 쓰여있었다. 비어있는 자리가 많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1인실에 있으니 심적 안정감이 컸다.


"오늘 수술하세요?"

"수술은 아니고 유산해서 약물배출해요."


"그럼 이 수술복 입으셔야겠네요. 끈이 뒤로 가게 해서 입으세요."

"속옷은 입어도 되나요?"

"아니요. 안 입어요."


약물배출은 아래로 하는 거여서 수술복 상의를 입는 게 의아했지만 안내대로 초록색 수술복 상의에 치마로 된 하의를 입고 있었다.



좀 있다가 다른 간호사 선생님이 들어오시더니 "수술복을 입고 계시네요. 다른 환자복 갖다 드릴게요."라고 말했다. 침대에 있는 단추 달린 환자복을 보더니 "저거 입으시면 돼요."라고 하셨다.


'역시 뭔가 이상했어.'


"환자복 치마 안에 속옷은 벗어야 하나요?"


"지금은 입으셔도 돼요. 하지만 이따가 질정 넣고 난 이후에는 벗고 있으셔야 해요."


"네. 알겠습니다."


혈압을 재고 간단한 문진을 한 후, 악명 높은 배변판을 건넸다.



"질정을 넣고 나면 소변을 보다가도 덩어리가 나올 수 있어요. 대소변을 보실 때 여기에 보시고, 덩어리가 나오면 바로 간호사를 불러주세요. 아무 덩어리 없이 그냥 피만 있으면 바로 버리셔도 돼요."


"아까 알려주신 응급버튼을 누르면 되나요?"


"아니요. 그건 링거가 빠졌을 때나 너무 아플 때 등의 응급상황에 누르는 버튼이에요. 복도로 나오셔서 간호사를 부르시면 돼요."


설명을 해주시고 나가셔서 주섬주섬 단추 달린 환자복 상의로 갈아입고 있는데 병실에 있는 응급버튼 근처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키와 몸무게 재야 되니까 나와주세요."


"네."



복도 입구에 있는 간호사실 쪽에서 키와 몸무게를 쟀다.



병실에서 쉬면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오후 3시쯤 '똑똑똑' 하는 노크소리가 들렸다. 침대에서 벽시계가 바로 보여서 몇 시인지 알아보기가 편했다.

담당 간호사 선생님이 주사기 같은 것들을 잔뜩 들고 오셨다.


"피검사하시고, 진통제 맞을 거예요."



"바늘이 두꺼워서 아플 거예요."


왼쪽 팔등에 두꺼운 바늘을 찔러서 피를 뽑는데 피가 잘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얇은 바늘로 바꿔볼게요."

오른쪽 팔등에 바늘을 꽂았다.

포를 뜨는듯한 통증이 있었다.


"피가 잘 나오진 않네요."


"링거 들어가는 느낌 나죠?"

어느새 피를 다 뽑고 나서 진통제를 링거로 연결해 놓았다.


"바늘이 아픈 느낌밖에 안 나서 링거는 느낌이 안 나요."


시간이 조금 지나니 통증도 나아지고 시원한 액체가 몸에 들어오는 기분이 들었다.

아아를 수혈하는 기분!


남편한테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반휴 내고 지금 병원에 오고 있다고 했다.

남편에게 전화로 물었다.

"보호자 식사도 같이 신청할까요? 저녁 6시에서 6시 반 사이에 먹는데요."

남편이 대답했다.

"응. 같이 먹어야지."


간호사실에 가서 "보호자식사는 어디서 신청해야 하나요?"물었더니 "여기에서 하시면 돼요. 오늘 저녁으로 해드릴게요."라고 대답하셨다.


"지금 분만실에 가서 질정 넣을 거예요. 나오신 김에 바로 가요."


"저 아직 속옷을 안 벗었어요. 속옷 벗고 나올게요."


"네."


팬티를 벗고, 오후 4시쯤 분만실에 가서 질정을 넣었다.


질경으로 벌리는 과정이 너무 아팠다.

그리고 병실로 돌아와서 기저귀를 차고 누워있었다.


-똑똑


-드르륵


"이건 자궁 수축을 돕는 주사예요. 4시간 간격으로 맞을 거예요. 지금 맞았으니 8시에 또 맞을 거예요. 많이 아플 거예요."


-쑤욱


-악!


진통제를 두 개나 수액으로 맞고 있는데도 질경을 벌리는 통증이나 주삿바늘의 고통은 경감되지 않는 것 같았다. 앞으로 배출될 때는 얼마나 더 아플까? 슬슬 걱정이 되었다.


"이제부터 소변도 꼭 여기에 받으셔야 해요." 청록색 배변판을 가리키며 신신당부를 하고 나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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