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태어나면 주려고 했던 편지

네가 너무너무 보고 싶어

by 로에필라

안녕. 아기야.

엄마야.

5월에 너를 내 안에 품을 수 있게 되었어.

5월이라 좋았어.

꽃들이 많이 피는 5월.

5월이 기쁨의 달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어.

엄마아빠의 결혼기념일과 같은 달이거든.


정말로 기쁘게도 네가 생겼어.


널 빨리 알아차리지 못해서 미안해. 자꾸만 졸려서 점심에도 계속해서 잠이 드는 바람에 엄마는 '게을러졌다'라고 스스로를 채찍질했지 네가 생겼을 줄은 정말 몰랐어. 3년 동안 매일같이 기대하다가 실망하는 걸 반복하다 보니 마음 한구석에서는 기대하지 않는 게 더 편하다는 걸 알았나 봐. 너도 그렇게 엄마가 슬퍼하고 신경 쓰이는 게 싫어서 늦게 온 거겠지.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려고......


사실 지금도 네가 나에게 왔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아. 처음 피검사를 해서 너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을 때에도 얼떨떨했어. 믿기지 않아서, 또 실망하게 되는 게 싫어서 너의 이름조차도 만들지 못했어. 그리고 두 번째 피검사에서 너는 너의 존재감을 드러냈어. 증가해 가는 hCG 수치를 보니 정말로 네가 나의 자궁벽에 착상을 해서 조금씩 조금씩 파고들고 있었어.


엄마는 배가 너무 아파서 4주 차에는 거의 반실신 상태로 침대에서 고통을 참다가 잠에 들다 했어. 그래도 평생을 꿈꿔왔던 네가 드디어 찾아온 것이기 때문에 너무 기뻤어. 엄마는 임신테스트기에서 진한 두 줄을 보고 너무 기뻐서 아빠에게 보여줬어. 아빠는 믿기지 않는지 계속해서 두 줄을 보면서 너의 존재를 두 눈에 담았어. 그리고 믿기지 않는지 매일 아침마다 또 임신테스트기를 해달라고 조르곤 했단다.


5주가 되기 전까지 너의 존재를 확인하는 방법은 임신테스트기의 두 줄, 그리고 병원에서 피검사로 hCG 수치를 보는 두 가지 방법뿐이었단다. 피검사를 하면서 양팔에 주삿바늘의 멍이 들었어도 기쁘기만 했어. 2차 피검사로 널 확실히 안 날에는 너의 이모에게 한껏 자랑했어.


아직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에겐 말할 수가 없어. 너무 걱정과 관심이 지대해서 아직 콩알만 한 너에 대해서 매일 전화로 물어보고 몸에만 좋고 그다지 먹고 싶지는 않을 수 있는 반찬들을 잔뜩 해서 보낼 것만 같거든. 아직은 조금 더 기다려달라고 하려고.


아직 너를 내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나도 믿기지 않거든.



우리에게 찾아온 선물

가장 기다렸을 때, 가장 간절했을 때 와준 고마운 아이야.



엄마아빠는 차를 타고 여행하는 걸 무척이나 좋아했었어. 그런데 이젠 차를 타면서도 울렁거리고 어지러워서 오래 차를 타지 못하겠더라. 차를 타는 게 너에겐 부담이 될 수 있으니 그렇게 알려줘서 고마워. 엄마도 더 조심해서 10달까지 너를 꼭 지키도록 할게.


너를 알기 전, 커피를 마셔서 미안해. 내가 조금 더 참았어야 했는데 며칠을 참지 못해서 또 커피를 마셨어. 그때는 아빠와 이모도 디카페인 커피를 사줬으니 너도 이해해 줘. 너는 아직 배아상태여서 우린 정말 몰랐었단다. 하지만 엄마는 임신테스트기를 통해서 네가 내 뱃속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커피를 마시지 않았어. 네 아빠도 널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엄마 앞에서 함께 커피를 마시지 않아 줘서 내가 조금이나마 더 잘 참을 수 있었어. 그동안 네가 와주지 않아서 맘 졸인 거에 비하면 커피를 참는 건 어렵지 않을 것 같아.


지금 내가 널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은 건강한 음식을 먹고, 아빠하고 행복하게 지내고, 네가 힘들 행동을 하지 않는 거야.


너는 너무나도 작은 씨앗 같은 상태여서 나도 이 씨앗을 곱게곱게 키울 거란다.



오늘은 '280 days'라는 어플을 설치한 후, 아빠를 초대했어. 이 어플로 너의 상태를 볼 수 있단다.

너의 아빠는 메모장에 사랑한다는 말을 잔뜩 써 놨더라. 이렇게 사랑이 많은 사람이 널 만나면 얼마나 기뻐할까? 네가 태어나면 많은 사랑을 줄 거야. 이렇게 엄마아빠는 매일매일 네가 어느 정도 자랐겠구나 추측만 할 뿐이야.


계속 배가 아픈걸 보니 네가 뚝딱뚝딱 아기집을 크게 짓고 있나 봐. 작은 네가 열심히 일하는 게 대견해. 우리 아이는 아빠를 닮아서 성실하고 부지런한가 봐. 쌀알처럼 조그마하고 귀여운 네가 조그만 몸으로 생명력을 뿜어내는 게 너무 감격스러워.


다음 주에 드디어 네가 지은 아가집을 구경하러 간단다.

처음으로 눈으로 너의 존재를 보게 될 날이지. 아빠는 널 같이 보려고 휴가를 냈어.

네가 너무너무 보고 싶어. 잘 지내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아기집을 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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