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에필라 Sep 08. 2023

필리핀 보홀 솔레아 리조트 숙박 후기

필리핀 보홀 숙소 소개

출발 마감일에 예약했던 나는 숙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담당자가 전화로 숙소가 다 마감이어서 알아보고 연락 준다고 했다. 보홀에서 인기가 있는 '헤난리조트'는 다 마감인 상태였고 '솔레아리조트'와 '비그랜드리조트' 중에서 남는 방으로 배정해 준다고 했다.


어떤 숙소가 좋은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아무 데나 상관없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숙소는 출발 바로 이틀 전에서야 일정표에 적혔다.

'솔레아 리조트'


대략 20명이 넘어 보이는 모든 인원을 버스에 싣고 헤난리조트, 비그랜드리조트, 솔레아 리조트 순으로 내려줬다. 솔레아리조트가 숙소인 팀은 남편과 나밖에 없었다.

'인기가 없는 곳인가?' 싶어서 조금 걱정이 되긴 했다.


헤난리조트와 비그랜드리조트는 입구에서 건물까지 차로 들어가야 했다. 중세시대 작은 성을 들어가듯 성이 안쪽에 안전하게 위치해 있었다. 그 길은 깜깜한 밤에도 환하고 밝은 조명들이 밝혀져 있었다.

잘 정돈된 조경도 아름다워서 입구만 들어섰는데도, 급이 좋은 리조트인 게 느껴졌다.



솔레아 리조트


솔레아 리조트는 입구에서 바로 건물이 보인다.

'가까워서 좋네.'

건물 벽면에 커다란 문어 그림이 있다.

늦은 밤, 솔레아 리조트에 도착하자 바다를 탐험하다가 거대한 크라켄에 잡아먹힐뻔한 위기를 빠져나간 모험자가 된 것처럼 용기가 솟구쳤다.




로비에 가니 3면이 다 뚫려있는 구조가 시원시원했다.

파도를 상징하는 듯 곡선의 구조물들이 천장을 장식하고 있었다.

작고 아담하고 아름다운 느낌이었다.


도대체 왜 문어 그림을 그려놓은 거지?

장난스럽고 현대예술을 상징하는 듯 특이한 문어그림이 그려진 외관과는 달리 내부는 여성스럽고 아름다운 선이 고운 인테리어였다.





2층에서 타고 내려오는 미끄럼틀도 있었다. 길고 구불구불해서 워터파크에 있을법한 모양이었다.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생각 외로 어른들도 많이 타고 내려왔다.


배정된 방은 204호.

더 높은 층이면 좋았겠지만, 너무 늦게 예매해서 안 좋은 방이 배정된 것 같았다.

방에 들어가니 에어컨과 CNN이 틀어져있었다.

시원한 공기와 함께 상쾌하고 깔끔한 느낌이 좋았다.



테라스로 가서 창문을 열었다.

라탄의자와 테이블이 있었다.

"내일 여기에서 모닝커피 마시면 좋겠다."


흡족한 기분으로 테라스에서 어떤 풍경이 보이나 궁금해서 고개를 들었다.

충격적 이게도 풍경은 둘째 치고, 오른쪽으로 복도가 있어서 높은 층 복도에서 우리 방 테라스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게다가 오션뷰는 크게 기대를 안 했지만, 필리핀의 어떤 가정집이 보였다.



솔레아 리조트 테라스에서 바라본 뷰


누군가의 집을 몰래 보는 기분이어서 테라스에 잘 나가지지 않았다.


늦은 밤에도, 그리고 새벽에도 닭울음소리가 크게 들렸다.

필리핀 현지인들이 키우는 닭인 것 같았다.

도시에서 자랐던 나는 닭 울음소리가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다음날 아침에 테라스를 열고 나가자마자 복도를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왼쪽 시야로 보이는 집에서 필리피노가 나와서 마당을 돌아다니다가 고개를 들어서 서로 눈이 마주쳤다.


마음 편히 왔다 갔다 할 수 없는 테라스가 아쉬워서 다음날 아침에 리조트 로비에 가서 혹시 방을 바꿀 수 있는지 물어봤다.

직원은 이유를 물어봤다.


"복도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테라스를 볼 수 있는 구조여서 이용하기 불편해요. 더 높은 층이나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없는 테라스를 지닌 방으로 바꾸고 싶어요."


직원은 다른 방이 없나 알아보더니 대답했다.

"지금 남는 방이 하나도 없어요. 하지만 내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 내일 다시 물어봐주세요."


아쉬운 마음으로 필리핀에서의 둘째 날 육상투어를 떠나고, 다시 돌아왔다. 수영장 있는 숙소에 묵으니 수영장 이용을 안 할 수가 없다. 높이 솟은 야자수를 배경으로 수영장에서 튜브를 타고 놀았다. 웰컴드링크 쿠폰을 내밀고 수영장에 있는 바에서 음료를 마셨다.





수영장과 레스토랑 사이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있다.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포장해서 야외 테이블에서 먹을 수도 있다. 나는 라탄 의자를 돌려서 바다가 보이게 앉았다. 수영하는 남편과, 그 뒤로 펼쳐진 해변을 바라봤다. 양쪽으로 시야가 가려져서 네모나게 보이는 바다가 수조처럼 귀엽게 보였다.



어릴 때, 친구들과 작은 보석을 모았었다. 문방구 앞에 있던 캡슐 뽑기로 뽑았었나 아니면 샀었나 잘 기억은 안 난다. 직사각형 모양이지만 단단한 젤리처럼 면은 반듯하지 않고 누르면 조금 들어가기도 했다. 파란 수영장이 소중히 간직하며 모았던 그 파란 보석 같았다. 남편을 네모나고 파란 보석 안에 가둬놓은 것처럼 직사각형의 수영장 안에서 수영하는 남편을 바라봤다.  





수영장 밖으로 보이는 해변이 아름다워서 해변을 걸었다. 수영장에서 해변으로 나가는 길에 있는 선베드에 누워서 바다를 보기도 했다. 알로나비치와는 달리 본격적인 관광지가 아니어서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았다. 하얀 모래로 된 백사장을 걸으니 "진주 사세요."라고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이 다가왔다. 솔레아 리조트의 해변은 외국인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이 많이 놀고 있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배들도 관광용보다는 실제 조업용이 많은 것 같았다.





체크인할 때 점심이나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쿠폰도 받아서 오후 3시쯤 아무도 없는 조용한 식당에서 단품으로 된 돼지고기와 닭고기 요리를 먹었다. 남편과 내가 맛있게 음식을 먹고 만족스러워하는 걸 보고 한 직원이 우리에게 다가와서 "루프탑 바에 가보세요."라고 말했다. 솔레아 리조트 탑층에는 루프탑 바가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제일 위층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가 열리면서 방들이 쫘르르 나열되어 있는 복도가 보였다. 루프탑이 아니어서 당황했다. 마침 한 방에서 하우스키퍼가 나오고 있었다.


"루프탑바를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다른 엘리베이터를 타면 바로 루프탑바를 갈 수 있어요. 여기에서 가려면 저 끝으로 돌아서 작은 계단으로 올라가면 돼요."


우리는 간단히 엘리베이터를 갈아탔다.

솔레아 리조트에는 엘리베이터가 두 개가 있다. 그중 하나만 바로 루프탑을 갈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하늘색과 파란색 물감을 이용해서 그린 듯 아름답게 마블링되어있는 벽면이 나타났다. 바닥과 천장을 포함한 온 벽면이 다 부드럽게 물감을 이용해서 벽화를 그린 듯이 몽환적이었다. 바다와 파도와 하늘과 구름을 섞은 것처럼 소용돌이치고, 또 부드럽게 흘러가고 있었다.


"와. 사차원이야."


하늘색과 핑크색의 소파는 쿠션이 푹신해 보였다. 잠시 앉아서 미술관처럼 이 공간을 감상하고 싶어 졌다.



오묘한 공간을 통과하면 루프탑바가 나온다.





지붕이 없어서 바로 하늘이 보인다.

유리로 투명하게 된 난간은 바로 바다가 비춰보였다.

유리창 뒤로 하얗게 새털구름처럼 떠 있는 건 하얀색 배들이었다.


작은 시냇물처럼 연출한 물길과, 벽면에 있는 부드러운 곡선은 파도무늬처럼 전체적인 솔레아 리조트의 인테리어의 통일성을 헤치지 않았다.

하얀 자갈을 깔아놓은 곳들이 있어서, 그 위에 있는 의자와 선베드에 앉으면 자연에 가까워진 느낌이 들 것 같았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옥상에서는 비가 투투툭 떨어지고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었다. "경치 너무 좋다." 해변을 걸을 때 보였던 길고 앞이 뾰족한 나무배들이 위에서 내려다보니 작아 보였다. 부산 파크하얏트 호텔에서 요트선착장뷰 룸에서 묶었을 때 봤던 풍경과 비슷했다.





하얀색 배는 위에서 내려다보면 하얀색 형체들이 늘어진 걸로 보여서 요트인지 뭔지, 어떤 모양의 배인지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다. 석양이 내려앉을 때, 남편과 함께 바다가 보이는 테이블을 잡고 칵테일을 기울이고 싶었다. 바다와 어울리는 파란색 칵테일과 석양과 어울리는 오렌지색 칵테일로 건배를 하면서 우리의 사랑을 기념하고 싶었다. 난간 너머로 보이는 상큼한 노란색 지붕 위로도 톡톡톡 비가 떨어진다. 가 와서 시원해서 좋지만, 칵테일에 비가 들어가면 안 되니까 방으로 내려가자.





수영장에서 바라본 바다.

실제 걸었던 바다.

루프탑에서 내려본 바다.

모두 같은 바다였지만 바라보는 각도가 달라질 때마다 느낌, 온도, 습도, 공기가 다 달랐다.



사랑하는 사람과 바라보는 태평양 어느 한 구석.

이때만큼은 서로 마주 보기보다는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봤다.

당신이 바라보는 걸 나도 함께 바라본다.

당신이 느끼는 걸 나도 함께 느낀다.

당신과 함께 있으니 바라보는 그 모든 풍경 속 하나하나에 낭만이 밴다.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하니 모든 순간순간이 가슴에 스며든다.

허전하지도, 공허하지도 않게

마음을 꽉 채운다.















매거진의 이전글 필리핀 숙소에서 수영장을 혼자 썼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