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서 내려서 집으로 가는 길
우리 집은 고층에 있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한참 기다려야 될 수도 있다
땡볕에 기다리는 남편이 빨리 집에 가서 에어컨 켜고 쉬길 바라는 마음에 "먼저 가 있어."라고 할 때가 많다.
나는 차에서 내릴 때 뭔가 정리할 일이 많다.
짐이 트렁크와 뒷자리와 앞자리에 혼재되어 있을 때도 있고,
분리수거 버리는 날이면 분리수거할 용품이 있는지 차를 뒤적뒤적하기도 한다.
티슈와 물티슈가 하나씩 있는지도 확인하고, 차에서 쓰레기가 나왔을 때 담을 비닐봉지가 있는지도 확인한다.
반대로 말하면, 차가 운행하고 있을 때는 차에서 다른 행동을 잘 안 하는 편이다. 운전할 때에도 딴짓을 안 하고 양손을 운전대에 꼭 잡고 운전한다. 조수석에 있을 때에도 고개를 뒤로 돌려서 뭘 찾지는 않는 편이다. 일반적으로 차를 탈 때는 멀미를 거의 안 하는 편인데 가끔 차에서 핸드폰을 하거나 고개를 뒤로 돌려서 뭘 하면 멀미할 때도 있어서 몸이 저절로 앞을 보고 단정히 있다.
그리고선 차가 멈추고 주차장에 서면, 그때서야 부지런히 바스락바스락 뭔가를 하기 때문에 하차시간이 오래 걸린다.
여유롭게 사부작사부작 차에서 이것저것 정리정돈도 하고 짐도 챙겨서 천천히 내렸는데 밖에서 남편이 기다리고 있었다.
"왜 기다렸어. 먼저 가라니까. 더운데 왜 안 가."
"같이 갈 거야."
우리가 서로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왜 이렇게 날 좋아해."
짧은 시간도 헤어지기 싫고 집에 가는 길은 손을 꼭 잡고 함께 가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을 잘 알기에 웃으며 함께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더우니까 다음에는 먼저 가요."
더위도 많이 타는 사람이 말도 안 듣고 날 기다린다.
그냥 내가 더 빨리 챙겨서 차에서 내려야겠다.
나도 남편하고 함께 집에 들어가는 게 더 좋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