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기까지 임신증상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일상생활을 하다가, 34주가 되면서부터 임신했다는 게 실감이 났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저녁을 먹고 침대에서 뒹굴거리고 있는데 트림이 나왔다.
한 번이 아니라 몇 번 나오길래 "소화가 잘 안 되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그러나 34주부터 트림이 자주 나오기 시작했다. 임신과 관련된 어플에서 주수설명을 보니 임신 9개월은 아이가 커지면서 위장이 눌려서 소화가 잘 안 될 수 있다고 쓰여있었다.
그제야 "이게 임신증상이구나!"라고 느꼈다.
임신 35주 차도 트림은 계속되었다. 아이를 낳으면 고깃집에 가기 힘들어지니 임신기간에 많이 가라는 주변의 조언을 듣고 고깃집에서 맛있게 고기를 먹은 날이었다. 평상시대로 먹고 나서 고깃집 근처의 산책코스를 한 바퀴 돌면서 소화를 시키려 했었다. 20걸음쯤 떼었을까, 갑자기 배가 아파왔다. 남편한테 못 걸을 것 같다고 하고 부축을 받으며 벤치까지 힘겹게 걸어갔다.
"너무 많이 먹었나 봐."
이제 많이 먹으면 안 된다. 속이 그나마 편안하기 위해서는 먹는 양을 줄어야 했다.
많이 먹으면 고통스러워졌다. 몸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과식한 기분이다. 하지만 먹으면서 느껴지는 게 아니라 먹고 나서야 느껴지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강제 다이어트 수준으로 평상시 양보다 조금은 덜 먹었다.
아이에게 영양분을 줘야 된다면서 오히려 더 많이 먹으려고 했던 임신 중기가 그리워졌다.
그래도 아이가 커지면서 위를 압박하다니, 아이가 자라서 나올 시기가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임신 36주 차에는 속이 자주 쓰렸다.
"오늘 너무 매운걸 많이 먹었나?"
모유수유 할 때, 매운 음식을 잘 못 먹으니까 지금 많이 먹어도라는 말을 들어서 요즘에 매운 음식을 자주 먹었다. 비빔냉면과 비빔면은 집에 사놓고 자주 먹었으며, 배달음식으로는 매운 뼈찜과 매운 찜닭 등을 먹고 맵기를 선택할 수 있는 음식은 무조건 중간이상으로 맵게 먹었다. 자극적인 매운 음식이 점점 익숙해지고 있었는데 자기 전이면 속이 너무 쓰려서 적당히 맵게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뭔가 이상했다.
"오늘은 매운 거 하나도 안 먹었는데?"
매운 걸 안 먹었는데도 속이 쓰렸다.
역류성 식도염에 걸려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소화가 안 되는 걸 넘어서서 역류성 식도염 증상이 온 것 같았다.
임신 중기를 너무 편하게 지내서 임신 말기에 찾아왔던 임신 증상들을 모르고 넘겼던 것이다.
임신 37주 차에 다행히도 역류성식도염 증상과 소화가 안 되는 증상은 많이 나아졌다. 이제 아기가 조금 아래로 내려간 건지 소화는 어느 정도 되는 것 같은데 또 다른 고통이 찾아왔다.
생리통처럼 자기 전이면 아랫배가 아팠다.
37주 차에 정기진료가 있어서 의사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며칠 전부터 자기 전에 10분에서 30분 정도 생리통처럼 배가 아파요."
의사 선생님께서는 웃으시면서 자연스러운 증상이라고 하셨다.
초음파를 보면서 남편에게 함께 산책을 많이 하라고 하셨다.
우리 아이는 귀엽게도 미소 짓고 있었다.
"아이가 웃고 있네요."
웃는 모습이 남편을 꼭 닮았다.
그렇게 기다렸던 남편을 꼭 닮은 아들을 만날 시간이 가까워진다.
태동검사를 하면서 약한 생리통 증상이 느껴져서 '이제야 내 고통을 알아주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정상이니 집에 가도 된다는 말을 들었다.
수축 수치가 19까지도 찍었는데!
한자리 수가 나오다가 최고 19까지 올라갔다.
산부인과에서 이 정도 고통은 고통으로 치지도 않나 보다.
분만은 매우 아프겠구나.라고 예상하게 된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는 통증이 꽤나 심했다. 심한 생리통 정도의 수준으로 바뀌었다.
어쩌면 가진통일지도 모르겠다. 걷다가도 아래가 찌릿찌릿하고 배가 아파서 주춤하게 되고, 누워서 쉬어야 할 것만 같은 딱 생리통 심한 날의 통증이었다. 자기 전에 잠깐 아팠던 거에서 진통시간이 더 길어졌다. 하루에 1시간에서 3시간 정도 아픈 것 같다. 보통 통증은 오후나 저녁에 오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서 컨디션 좋을 때에 할 일을 하게 되었다. 마음이 급해져서 그런지 우선순위로 정해뒀던 냉장고 정리, 베란다 수납함정리, 붙박이장 정리를 며칠 만에 다 끝냈다.
"나 이러다가 다음 주쯤 아기가 나올 것 같아요."
남편한테 오버하면서 말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매일매일 아픈데 언제 진통이 시작될지 불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