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닮은 아들을 갖고 싶어요

인생의 승자

by 로에필라
We must accept finite disappointment, but never lose infinite hope.
우리는 유한한 실망은 받아들이되, 무한한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 Martin Luther King, Jr. (마틴루터킹 Jr)



나는 나의 글을 남편에게 보이는 게 가장 두렵다.


사랑하는 남편은 내 글을 보면 분명 슬퍼할 것이다.

언제나 내 마음을 어루만지고 아껴주는 남편은 내가 상처받지 않도록 아이에 대해서 되도록 언급하지 않는다.


마음이 따뜻한 남편이 있어서 행복하다.

아이가 안 생겨서 슬프다.


인생은 항상 내가 원하는 것을 한 번에 주지 않는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최적의 몸일 때는 열정적으로 일하고, 커리어 전환을 하느라 공부를 하는 데 몰두해서 '임신'에 대해서 그리 생각해보지 않았었다.


아이를 낳기 힘든 지금은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며 세상 그 무엇보다도 나에게 소중한 남편을 만났다.




잔인하게도 삶은 힘들다.

원하는 것을 하나 가지면 하나는 없어진다.


사랑하는 남편이 내가 인생에서 가진 가장 진귀한 보물이다.

이것만 해도 인생에서 너무 큰 선물을 받았나 보다.

또 하나 더 바라는 남편과 나의 결실은 갖기가 힘든가 보다.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린 걸까?


남편을 만난 것만 해도 감사해야 되는데, 아이까지 욕심을 부리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모난 나를 다듬지 않고, 그 자체로 감싸줄 만큼 넉넉하고 포근한 마음을 지닌 남편.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고마운 사람이다.




나는 남편을 꼭 닮은 아들을 낳고 싶다.

남편은 나를 꼭 닮은 딸을 낳고 싶다고 한다.


요즘 난임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지 태어날 아이는 절대로 나를 닮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나 자신이 싫지는 않은데, 아이가 나를 닮으면 마음이 여려서 세상을 참 힘들게 살아갈 것 같다.


태어날 아이는 남편을 똑 닮았으면 좋겠다.

남편의 긍정적이며 사회성 좋은 모습을 닮고 남편처럼 어떤 상황이 와도 잘 헤쳐나갈 강인한 정신력을 지녔으면 좋겠다. 남편을 닮아서 담대한 사자와 같은 마음으로 이 험난한 세상을 잘 헤쳐나가는 강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난임이라는 장난스러운 운명이 날 시험하는 거라면, 기꺼이 그 결투를 받아들일 것이다.


"오냐. 와라."


사랑하는 남편을 곁에 두고 언제나 언제나 감사할 거다.


결국, 남편과 아이 모든 것을 다 가진 인생의 승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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