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r that lonesome whippoorwill. He sound too blue to fly. 저 외로운 쏙독새 소리를 들어봐. 너무 우울해 날지 못하는 것처럼 들려. -Hank Williams (행크 윌리엄스)
내가 난임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은 거의 밝히지 않는다.
나도 결코 일찍 결혼한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결혼하지 않은 친구, 언니, 오빠들이 주변에 많이 있다.
평생의 동반자를 찾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결혼이라는 관문을 통과한 내게 듣는 '난임'은 배부른 투정일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다 저마다의 이유로 힘들어한다. 누군가는 내가 그렇게 원하는 아이가 빨리 찾아와 줬는데 다른 고민거리를 말한다. 아이를 너무 쉽게 가져서 아이가 잘 생기지 않는다는 게 어떤 건지도 아마 모를 것이다.
"입덧이 너무 심해서 고생했어. 임신하면 힘들기만 해."
"아이 때문에 잠을 못 자서 힘들어."
'임신'조차 잘 되지 않는 나에게, 입덧 때문에 힘들다든지 아이가 말을 안 들어서 힘들다든지 하는 투정은 실감 나지도 않는 행복한 상상이다. 때론 세상 사람들은 배려심이 부족하다. 나는 괜찮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만 집중하며 살고 있다. 모두가 자신의 고민이 크게 보이는 것이고 고민을 비교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나는 이제 다른 고민들은 난임의 문제보다는 훨씬 더 작아졌다. 나는 한 가지 사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여러 가지가 한 번에 힘들기보다는 가장 힘든 것 한 가지가 힘들면 딱 그 한 가지만 신경 쓰이는 것 같다. 그리고 요즘 나에게 그 신경 쓰이는 일은 '난임'이다.
생리가 시작할 때나 병원에서 배란이 잘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걱정과 슬픔이 몰려온다.
이 우울함은 글을 쓰며 나타내고 남편에게도 많이 드러내진 않는다.
내가 슬퍼하면 더 슬퍼할 것을 알기 때문에 적당한 정도의 감정만 드러낸다.
물론 항상 내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내가 표현한 것보다 더 힘들어한다는 것을 이미 눈치챘을 것 같기는 하다.
가족에게 밝히는 것은 그나마 조금 더 마음이 가볍다.
우리 엄마는 늦둥이를 40대에 가지셔서 30대인 내 나이와 고민을 작게 취급해 줘서 고마울 때도 있다.
그래도 가끔씩 엄마하고 전화통화를 하다 보면 산부인과 검진 이야기도 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우울해질 때도 많아서 차라리 난임이 대화 화제가 되지 않는 게 더 편하다.
결국 난임인 것은 사실이고 현재 힘든 것은 내 마음 상태일 뿐이니 내가 마음만 편히 가지면 된다.
바꿀 수 없는 상태에 대해서 슬픈 마음을 가지지 말고 그저 덤덤히 기다리면 된다.
나의 감정상태에 대해 스스로를 진단해 봤다. 나는 난임 때문에 우울한 상태이다.
이렇게 내 노력으로 되지 않는 것을 어떻게든 마음가짐으로 이겨내려고 하지만 가끔은 버거울 때가 많다.
브런치에 글을 쓰며 나는 처절하게 소리친다.
"저 이렇게 많이 아파요.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요."
심장이 갈래갈래 찢어져서 몸 밖으로 튀어져 나가고 설움이 목 밖으로 빠져나오려는 걸 억지로 잡아둬서 목이 따끔거리며 아프다.
여전히 아이를 갖지 못한 현실이 싫어서 눈을 감고 주말이면 10시간 이상 잘 때도 있다.
미련하게도, 힘들다고 말하지도 못하겠다.
애초에 이해해 줄 사람도 없고, 나만 끌어안으면 될 고민을 말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그저 가끔 밤마다 글을 쓴다.
나는 말로써 내 감정을 푸는 게 서툴다.
어렸을 때부터 바쁜 부모님한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 했던 어른 아이인 장녀의 모습이 남아있다.
한 친구가 말했다.
"사람에겐 어렸을 때의 상처가 고스란히 마음속에 남아있어서 어린 자신을 보듬어줘야 한데."
지금의 나는 울지도 않았던 어린아이에게 가끔 말을 건다.
"너 얼마나 힘들었니?"
하고 위로를 건넨다.
그리고, 아이가 안 생겨서 너무 힘든 스스로를 안아준다.
혼자만의 어둡고 질척거리고 텅 빈 마음을 남편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다.
아이는 같이 만드는 거지만, 아이가 안 생기는 고통은 다 내가 가져갈 테니 남편은 아이가 태어날 때의 행복만 느꼈으면 좋겠다.
남편과 미래에 태어날 나의 아이를 너무 사랑한다.
생리가 터졌다.
이번에는 임신일 거라고 기대했었는데...
새벽에 화장실을 갔다가 생리가 터진 걸 확인하고 혼잣말을 했다.
"속상해. 속상해."
그때였다.
"왜 속상해요?"
남편의 목소리가 방 안에서 들려왔다.
늦은 새벽이었고 화장실을 오기 바로 전에 남편이 자고 있는 걸 본 터라 잘못들은 줄 알았다.
방으로 돌아오니 남편이 다시 물었다.
"왜 속상해요?"
"생리가 나와서 속상해요."
"괜찮아."
괜찮다는 그 말에 속상한 마음이 다 사라졌다.
기적처럼 말 위로하기 위해서 딱 속상한 그 순간에 일어난 남편......
남편은 자다가 속상하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 일어난 것 같다고 했다.
새벽에 있었던 작은 기적 이야기다.
남편은 한번 잠이 들면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깊게 잠이 든다.
그런 남편이 내 작은 목소리를 듣고 일어났다.
나는 임신이 잘 되지 않지만 날 사랑해 주고 아껴주고 힘든 마음을 다독여주는 남편이 있어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