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점이 되어버린 난임

자꾸 작아져요

by 로에필라
Remember that there is nothing stable in human affairs;
therefore avoid undue elation in prosperity, or undue depression in adversity.
인간사에는 안정된 것이 하나도 없음을 기억하라.
그러므로 번영에 들뜨거나 역경에 지나치게 의기소침하지 마라.
-Socrates(소크라테스)




나는 요즘 자꾸 작아진다.


작아지고 또 작아진다.


작다.

떳떳하지 못하다.


아이를 가지지 못한다는 게 나의 약점이 되어버렸다.


내 노력으로는 부족한 영역이다.

누군가가 왜 아이를 안 갖느냐고 물을 때마다 내가 불량품이 된듯한 기분이 든다.


병원에서는 남편의 정자는 건강하고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모든 문제는 다 나에게 있었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으로 내 나이보다도 난소 나이가 훨씬 더 적게 나왔다.

난소 나이 20대라고 해서 기뻐했는데, 실제 나이와 난소 나이가 차이가 나면 안 좋은 거라고 한다.

배란 장애 때문에 임신이 되는 시기를 맞추는 것도 힘들다.


남편이 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이렇게 같이 산부인과 다닐 일도 없고 벌써 아이를 가져서 행복하게 지내지 않았을까 하는 무서운 생각도 덜컥 든다.


죄책감일 것이다.


내가 나이가 있는 상태에서, 몸이 안 좋아졌을 때 결혼해서 배우자에게도 골칫거리가 되었다는 죄책감.


남편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라는 것은 누구보다도 내가 더 잘 알고 있다.

세상 누구보다도 다정하고 착한 남편은 나를 만나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고맙기에 더 미안하다.


사랑하는 남편에게 우리의 2세를 빨리 안겨주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다.


가끔 밤에 난임 때문에 우울한 기분이 든다.


내가 적어도 남편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노력은 우울해하지 않고 희망적으로 지내기.

좋은 에너지를 주고 싶다.




햇빛을 더 많이 쬐기로 했다.


신혼집에는 안방 빼고는 커튼을 달지 않았다.

햇빛을 오롯이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손님방에서 잠이 든다.

밝은 아침햇살에 눈을 뜨고 일찍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도 기운 내자.


임신이 내가 태어나서 하는 모든 과업도 아닌데 거기에 너무 매달리지 말자.


햇빛을 받으면 낮에는 행복 호르몬인 세르토닌이 나온다.

또한 밤에는 잠을 잘 자게 해주는 멜라토닌이 잘 분비되게 해 준다.


잘 자고 잘 일어나고 잘 먹고 잘 생활하면 아이가 와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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