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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막별 Dec 06. 2022

교실에도 루틴이 필요하다?!

10여 년 간 초등 교사 생활로 얻은 비루한 노하우 두 번째, 교실 루틴

  저는 원래 저 자신의 루틴도 없거니와 그냥 교실에서 닥쳐온 일들에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1편에서 등장하신 “줄을 왜 안 세워?!”라고 말씀하신 선생님께서 학급에서 산만한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에게는 루틴이 안정을 줄 수 있다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뭐라고 하셨으나 결국에는 도움을 많이 주신 셈이죠.)

  그 뒤로 저는 아침부터 아이들이 집에 가는 순간까지 아이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루틴을 이리저리 궁리한 결과 현재 다음과 같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 아침시간

원래는 아이스크림 사이트의 ‘아침밥’ 풀기나 자유 독서를 했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아침에 와서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즐거워 보이지 뭐예요? 그래서 친구에게 나쁜 말을 하거나 위험하게 뛰지 않는 이상 아침에 친구들끼리 대화를 하도록 허용하고 있어요. (선생님들마다 가치관이 다르시겠지만 저는 아이들이 학교를 즐겁게 다니는 것이 최우선이어서 많이 허용하는 편이에요.) 물론 독서를 하는 아이도 있고, 원하는 행동을 해요.     


◇ 8:50~9:00-하루 생활 안내

참고 이미지-매일매일 설명하는 하루 생활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 중 학교 생활의 불안감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오늘 하루의 일정을 안내해줘요.(하루 생활이라는 커다란 글씨의 워드 파일을 바탕화면에 깔아놓음) 또, 내일 하루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예상 밖의 상황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시간표를 정말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변경하지 않고, 변경할 일이 있다면 최소 이틀 전부터 예고해줘요.(수행평가도 갑자기 보는 일은 없고 전부터 꼭 예고합니다.)     


◇ 매 수업 시작 전

1) 수업 시작 노래를 틉니다.

(유튜브 이호재 선생님의 수업 시작 송을 바탕화면에 받아놓음). 아이들과 노래가 끝나기 전에 자리에 앉아 있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앉아라~ 누구 안 앉냐~”라고 실랑이할 필요가 없습니다! 정말 좋아요 ㅠㅠ

2) 칠판에 단원명과 학습목표를 써요.

(맞춤법 공부뿐 아니라 하루 생활, 칠판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2번을 보기 때문에 학습효과가 높아진다고 생각해요.)

3) 교과서를 다 폈는지, 수업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하는 루틴을 해요.

저 같은 경우는 ‘송쌤’ 유튜브를 보고 참고하여 제가 “교과서”하고 외치면 아이들이 “00쪽”하고 대답을 해요.      


◇ 수업 중

1) 주의 집중 구호는 많은 선생님들이 이미 사용하시고 있기 때문에 생략할게요. 저는 역시 ‘송쌤’유튜브를 보고 많이 참고했어요.(3박자 구호 예로 교사: "자세는" - 학생들: "바르게")

2) 수업을 하다 보면 교과서에 쓰는 시간이 많지요? 저는 꼭 쓰고 나서 한 바퀴 돌고, 안 쓴 친구들은 칠판에 이름을 쓰고, 그 친구들만 따로 불러 바른 글씨로 다 쓰면 쉬는 시간을 줍니다.          


◇ 급식 전 손 씻기(12:10~12:20)

저희 학교 같은 경우는 4교시 끝나고 10분 동안 손 씻는 시간이 있어요. 처음에는 아이들이 우당탕탕 질서 없는 시간이 되었었고, 이 과정에서 싸움이 생겨 다시 촘촘한 루틴을 생각했어요.

1) 만화를 튼다.

2) 남자, 여자 앞자리부터 차례로 한 명씩 이름을 부른다. “00,00 손 씻고 오세요”-

    아이들: 체온을 재고 손을 씻고 옵니다.

3) 저는 교실 앞 문에서 정확하게 몸의 반쪽(한 쪽 눈)은 교실을 보고, 몸의 반쪽(다른 한쪽 눈)은 복도를 보고 복도에서 뛰는 아이에게 주의를 줍니다. 사실 정말 두 쪽을 다 보고 있지 않구요~ 제가 초능력자도 아니니까요. 아이들은 보이는 것에 민감하기 때문에 일종의 쇼맨십이지요. “000, 걸어오세요”(인간의 뇌는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한다고 들어서 ‘뛰지 마세요’라고 하지 않고 ‘천천히 걸어오세요’ 혹은 팔로 엑스를 그리며 걷는 모션을 취합니다.)

4) 모든 아이들이 다 손을 씻고 오면 “이름 안 부른 친구? 순서대로 서세요”라고 말합니다.(일종의

안정감을 목적으로 하는 루틴어입니다.)

5) 그리고 제가 전에 썼던 글의 줄 서는 루틴으로 질서 정연하게 줄을 서서 급식실로 갑니다.     


◇ 5교시(마지막 교시)

1) 5교시가 시작하면 역시나 수업 시작의 루틴인 ‘수업 시작 송’을 틉니다.

2) 곧바로 알림장을 켜고, 알림장을 씁니다.

3) 한 바퀴 돌며 또박또박 쓴 사람만 도장을 찍어줍니다.

4) 또, 단원과 학습목표를 쓰며, “교과서”를 외치며...... 수업 중 루틴 반복     


◇ 마지막 3~5분-청소 시간

1) 마지막 3~5분(목표한 수업을 끝낸 시간)은 청소 시간이므로 청소 노래를 틉니다.

(유튜브 5분 청소 노래를 역시 바탕화면에 깔아 놓았어요 ^^)

2) 쓰레받기에 먼지를 성실히 담아온 친구의 이름을 불러줍니다.

예- “00 친구 청소 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요./ 00는 자기 자리 아닌 데에도 청소해줘서 정말 고마워”

안 한 친구는 한 번씩 재촉합니다. “000~ 청소해야지?”

3) 마지막으로 "책상 줄도 잘 맞추고 바르게 가방을 메고 서 보자"라고 말합니다.

   잘한 모둠 순서대로 부르면 한 줄로 서서 집에 갑니다.     



  저는 루틴을 사용한 뒤로 저 자신부터 학교에 다니는 것이 부담이 없어졌고, 마음이 많이 편해졌습니다. 제 자신부터 내일 어떤 일이 있을지 예상하는 범위가 넓어졌으니까요.(저도 불안감이 높은 편입니다.) 아이들도 행동이 산만한 아이부터, 소극적이지만 불안감이 높은 아이들까지 루틴을 실행한 뒤로 신기하게도 많이 안정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선생님들도 촘촘한 루틴 속에 아이들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범위로 유도하고, 특히 저 경력 선생님들은 강력추천드립니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고, 루틴이 정착되기까지 많은 시간 투자와 생각이 필요하시겠지만, 그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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