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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서리 Nov 30. 2022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각 잡고 줄을 세워?!

10여년 간 초등 교사 생활로 얻은 비루한 노하우 첫 번째, 줄 세우기!

  저는 교사 생활 10여년 동안 수없이 많은 아이들의 줄을 세워 보았지만 줄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었습니다. 막연하게 초임 때 운동장 조회를 하는 교장 선생님을 보면서 ‘왜 월요일마다 이 고생을 해야하지? 도대체 줄 서는 연습이 뭐가 필요하다는 거야?’하면서 꼰대라고 욕을 해댔지요. 그런데 코로나가 터지고, 아이들은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법을 배워야 했으며, 안전에 대한 인식도 갈수록 중요해져서 서로 부딪혀서 다치는 사고에 대한 생각도 해야했지요.


  그렇게 막연하게 생각하던 어느 날, 선배 교사가 교실로 찾아와서 대뜸 “쌤~ 교직경력이 몇 년이지? 10년? 그런데 왜 애들 줄을 안 세워?”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얼굴이 화끈거리고 당황하여 “아이들을 꼭 줄을 맞춰서 세워서 가야하나요? 교사의 통제시키려는 만족보다는 아이들의 긴장감이나 스트레스가 우선입니다.”라고 (덜덜거리며) 맞받아쳤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줄을 꼭 아이들이 통제감이나 긴장감을 느끼지 않고 맞출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이 전염병으로 인한 개인 간 거리 유지와 안전이 중요해지는 시대에서 줄을 잘 맞춰서 가는 것이 좋겠더라구요...


  그래서 올 한 해 동안 곰곰이 생각하여 줄에 대한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했고, 나름 질서정연하게 1년을 보냈습니다. 제가 사용했던 방법 중 효과가 좋았던 것을 공유합니다.     


1. 줄을 세우고 바로 뒤를 돌아봐라!

초보 교사분들이 자주 하는 실수일 수도 있고, 저는 부모님이 두 분 다 초등 교사이셨는데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어요(ㅠㅠ). 줄을 세우면 교사는 흔히 앞부분의 몇 명과 이야기를 하면서, 또는 앞의 몇몇 아이들만 주의를 주면서 오기 쉬운데요. 줄이 출발하고 뒤를 돌아보면서 끝 번호의 아이들까지 다 있는지 매의 눈으로 보면서 (물론, 정면도 잘 봐야겠지요? 교사가 오히려 복도 기둥이나 청소함과 부딪힐 수 있답니다.^^)간다면 아이들도 선생님의 시선을 느끼고 좀 더 잘 따라오더라구요.     


2. 가끔씩 멈춰라!

많은 수의 아이들이 따라오다 보면 중간이나 뒷 쪽의 아이들은 멈춰서 딴 생각을 하거나 잡담을 하다가 줄이 늘어질 수 있어요. 그러므로 한 번씩 멈춰서 끝에 있는 아이들까지 잘 따라오는지 확인하시는 것이 필요해요. 저는 성격이 급해서 빨리 목적지에 가야한다는 생각으로 무조건 가고는 했었는데요. 그럴 때면 항상 뒤에 있는 아이들은 늘어진 줄의 간격을 좁히려고 뛰었던 것 같아요..(얘들아 미안^^)


3. 교사만의 포인트를 생각해두고 목적지 거의 직전 한 번 쯤 멈춰서 줄을 정비하라!

저희 학교의 경우, 전담실, 급식실, 운동장 정도를 줄을 서서 갔는데요. 강당의 경우 강당 입구의 10발자국 전 쯤, 급식실의 경우 다행히도 코로나로 인한 거리 유지 페인트, 스티커 등이 곳곳에 있어서 그 곳을 포인트 삼아 한 번 멈춰서 잘 왔는지 확인했어요. 그리고 “색깔 동그라미에 서세요”이렇게 구체적인 지시를 하면서 줄을 맞췄지요. 특히 급식실 같은 경우 다른 학급들이 많고 혼잡하기 때문에 이렇게 하지 않으면 다른 학급의 아이들과 안전사고가 날 수도 있고, 혹시 교사에게 말하지 않고 교실에 있는 아이(배가 아프다거나, 장난을 치다가 늦었다거나)도 찾아낼 수 있어요.     


4. 끊임없이 피드백하라!

하루 종일 말해야하는데 줄 서면서도 말해야 한다면 정말 피곤하겠지요? 그래도 학급에서 행동적 성향의 아이가 있거나, 앞에서 언급했듯이 교사가 무섭게 대하는 방법을 택하지 않는 선생님이시라면 아이들이 조용히 오지는 않을거예요...^^ 저 같은 경우 구체적인 지시를 하는 것을 목표로 항상 피드백하며 이동하였습니다. 예로 “오른쪽 노란 동그라미 스티커를 밟고 올라오세요” “복도의 빨간 줄을 따라서 이동하세요” 이렇게 줄을 지키는 피드백부터 "ㅇㅇ야~ 자기번호 쏙쏙!” 이렇게 순서에 맞지 않고 친한 친구랑 오려는 친구에게도 피드백을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항상 교사가 언급하지 않으면 암묵적으로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러므로 명확하게 되는 행동과 안 되는 행동을 정해놓고 일관적으로 피드백을 해주셔야 합니다. (목이 너무 아프실 것 같나요?ㅠㅠ 좋은 방법이 혹시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5. 줄 반장도 좋은 제도!

저는 원래 “걸어서 선착순~”이라는 말을 많이 했었는데요(나름 "선착순~!"하다가 안전사고 날까봐 "걸어서.."라는 말 추가한 거에요.^^). 올해 아이들은 굉장히 승부욕이 강하고, 공정함에 목숨 거는 아이들이어서 이것을 가지고도 많이 시비가 붙었어요...^^ 그래서 하루에 한 번호씩 돌아가면서 줄 반장, 혹은 줄 대장을 정해서 운영하였습니다. 월요일에 1번이 줄 반장이면 1,2,3,4,5.... 화요일에 2번이면 2,3,4,5....... 1 이런식이죠. 그렇게 바꾸었더니 아이들이 줄을 서려고 할 때 뛰지도 않고 1년 동안 잘 운영되었어요. 이렇게 학급의 특성에 따라 지혜로우신 선생님들의 생각을 토대로 꾀를 잘 내신다면 어떤 문제든지 해결 방법이 보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줄 가지고 이야기가 너무 길었네요. 앞으로 어떤 주제든지 ‘내 말이 정답이다.’라는 생각보다는 많은 선생님들의 생각을 듣고 자신에게 맞게 소화하시면 그 방법이 최고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공유하여 좀 더 재밌고,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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