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척 다가오는데, 이유가 따로 있어 보일 때

일상 단상

by 하티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편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다.

어떤 사람은 쉽게 손을 내밀고,

어떤 사람은 조심스레 거리를 둔다.


그 중 나는,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사람이다.


말보다 책임이 먼저였고,

부탁보다 감내가 익숙했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에게 기대기보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버티는 편이 편했다.

그게 예의라고 여겼고, 내 방식의 단단함이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도움을 요청할 줄 아는 사람은 나보다 더 유연한 사람일까?

그들은 관계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방식으로
서로를 연결하는 데 익숙한 것 아닐까?



누군가는

먼저 다가오고, 자주 말을 걸고,

행사에도 초대하고, 필요하면 사람들을 불렀다.

언뜻 보면 열정적으로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행동들이

타인을 자기 계획에 끼워 넣는 방식처럼 느껴졌다.


내가 느꼈던 불편함은

그 사람이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요청이 '일방적인 계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사람에게는 그저 자연스러운 연결일 수 있겠지만,

나는 그 안에서 진심보다 '동원'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올랐다.


그래서 거리를 두었다.

그리고 그 거리 안에서

나는 나의 기준이 틀린 게 아님을,

또 그 사람의 방식이 무조건 나쁘다고 단정할 필요도 없음을 깨달았다.


단지 호흡이 맞지 않았을 뿐이다.

어떤 관계는 물처럼 흘러가지만,

어떤 관계는 서로의 리듬이 너무 달라

결국 각자의 고요한 자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여전히 배워가는 중이다.

필요할 땐 나도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하지만, 그 손이 닿을 사람은

서로의 무게를 가늠할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어디까지가 선이고,

어디부터가 침범인지

조심스럽게 배려할 줄 아는 사람.


관계는 숫자가 아니라 온도다.

그걸 늦게 알았지만, 지금은 확실히 안다.

내가 감당하지 못할 당신과 멀어져도 된다는 걸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악마와 함께 춤을, 껍데기 밖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