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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티 Aug 23. 2024

#1 서른 중반, 팀장이 되다

인생 게임

서른 중반, 나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이직을 통해 중견기업에서 팀장 자리를 맡게 된 것이다. 10년 넘게 성장해온 회사였지만,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균열이 존재했다. 높은 이직률로 인해 과거 자료를 찾아보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나는 과거를 복구하고 현재의 업무를 처리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삼중의 짐을 짊어져야 했다.



처음 이 회사를 선택할 때, 나는 이곳에서 나의 역량을 발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함께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그러나 현실은 내 기대와는 달랐다. 밤낮없이, 주말도 없이 일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과제들이 내 앞에 쌓여갔다. 매일 아침 출근하는 발걸음이 점점 더 무거워졌다. 눈을 떠도 일 생각뿐이었고, 머릿속은 일로 가득 찼다.



회사에 입사한 첫날, 팀원들과의 만남에서 느꼈던 묘한 긴장감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들 중 절반은 이미 퇴사를 계획하고 있었고, 나는 그 사실을 모른 채 업무를 시작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적이었고, 나는 그 안에서 팀을 재정비하고 성과를 내야 했다. 하지만 회사의 혼란 속에서 무언가를 변화시키기란 쉽지 않았다.



나는 내가 먼저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팀원들에게 지시를 내리기 전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했다.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과거의 실적을 찾아내고,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며,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우는 일은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주말에도 책상 앞에 앉아 회사의 문제들을 해결하려 애썼고, 가끔은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조차 잊어버리곤 했다.



팀원들도 나와 같은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또는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이해하고 돕고자 했지만, 스스로도 지쳐가고 있었다. 나의 열정과 의지는 점차 사라지고, 남은 것은 무거운 책임감과 피로뿐이었다.







매일 아침, 나는 또다시 무거운 마음으로 출근했다. 이직 후의 설렘은 사라졌고, 남은 것은 끝없이 이어지는 업무와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었다. 나는 나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회사의 요구에 부응하려고 애쓰면서도, 그 어느 것도 완벽하게 해내지 못한다는 좌절감이 나를 덮쳐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멈출 수 없었다. 내가 멈추면 팀도 멈출 것이었고, 그 결과는 나뿐 아니라 팀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지쳐도, 쉬지 않고 계속 일을 해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점점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결국, 나는 한계에 도달했다.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내 안에 쌓인 피로와 불안감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더 이상 이렇게는 버틸 수 없었다. 나는 새로운 길을 찾아야 했다. 이대로는 나를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나는 내게 전혀 예상치 못한 새로운 세계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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