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게임
번아웃에 빠진 나는 결국 도움을 구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스트레스와 피로가 한계에 다다르면서, 혼자서는 도저히 이겨낼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심리 상담을 통해 나는 그동안 억눌려 있던 감정들과 마주했고, 상담사는 내가 왜 이렇게 지쳤는지, 그리고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하나씩 짚어주었다. 상담을 통해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갔지만, 여전히 현실로 돌아갈 용기는 없었다. 그때 내가 선택한 것이 바로 RPG 게임이었다.
게임은 처음엔 그저 도피처에 불과했다. 복잡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었고, 게임 속 가상의 세계는 그런 나에게 완벽한 피난처가 되어주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단순히 퀘스트를 해결하고 아이템을 모으며, 작은 성취감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현실에서는 매 순간 무거운 책임감에 짓눌려 있었지만, 게임 속에서는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길드에 가입하게 되었다. 길드는 여러 유저가 모여 협력하며 게임 속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함께하는 그룹이었다. 단체전을 치르며 나는 팀워크의 중요성을 느꼈고, 게임 속에서도 협력의 가치를 깨달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순탄하게 흘러가진 않았다.
어느 날, 단체전을 치르던 중 한 유저가 내게 말했다. "이런 식으로 하면 같이 게임 못해요." 그 말은 내게 큰 충격을 주었다. 현실에서나 게임에서나 내가 인정받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고, 그 순간 나는 결심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내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겠어.' 나는 랭커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랭커가 된다는 것은 게임 내에서 최고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의미했다. 나는 현실에서 잃어버린 자신감을 게임 속에서 다시 찾고자 했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게임에 몰두했다. 그러나 게임을 시작한 지 약 6개월이 지나자,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과 게임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은 나는 이제 사회에 다시 발을 디딜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다시 취업한 후, 나는 새로운 회사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다. 퇴근 후에도 일이 끝나지 않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게임 속 세계에서 새로운 출근을 시작하는 이중생활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낮에는 회사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밤이 되면 게임 속에서 길드 리더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현실의 회사 생활과 게임 속의 리더십은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었지만, 나는 그 둘을 병행해가며 새로운 균형을 찾기 시작했다.
현실에서는 회사를 다니며 다시 일상에 적응해갔고, 회사에서의 성과도 점차 쌓여갔다. 하지만 퇴근 후에는 게임 속으로 돌아가 새로운 도전을 이어갔다. 게임 속에서 나는 여전히 랭커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길드 리더로서 사람들을 이끌며 팀워크를 발휘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나는 두 세계를 오가며 살아갔다. 현실 회사에서는 상사와 동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게임 속에서는 나 자신을 위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몰두했다.
두 세계를 병행하는 삶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게임 속에서의 성취와 리더십 경험은 현실에서도 큰 도움이 되었다. 게임 속에서 쌓아온 전략적 사고와 사람을 이끄는 능력은 회사에서의 업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나 자신도 점차 성장해갔고, 게임에서 쌓은 자신감이 현실 세계에서도 발휘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5년 동안 나는 게임과 현실을 함께 살아갔다. 게임 속에서 나는 랭커의 자리에 올랐고, 길드 리더로서 수많은 도전과 사람을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다시금 자신감을 되찾았고, 현실에서도 더욱 강해질 수 있었다. 현실에서의 퇴근은 게임 속 출근으로 이어졌고, 그 모든 경험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었다.
이제 나는 게임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고, 두 세계에서 얻은 모든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내가 다시 사회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게임 속에서 나 자신을 다시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넘나들며, 점차 나만의 길을 만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