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어때'라는 마음으로

삶은 변화

by 하티


첫째로 태어났습니다.


두 명의 동생이 있어요.



동생들보다 더 많은 것을 누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어요.




1.jpeg




어린 저는 관심받고 싶을 때마다 혼자였고,


무서운 일을 겪어도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말씀드려봤자 달라질 게 없을 거란 생각에요.




그렇게 반복된 경험들이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어야만 해'라는


단단한 믿음이 되어갔습니다.



그 믿음은 천천히 사람에 대한 불신이 되었어요.



'결국엔 모든 사람이 등을 돌릴 거야'라는 생각이


마음 깊숙이 자리 잡았습니다.



좋은 기억보다 상처받은 기억들이 그 믿음을 더욱 굳건하게 했어요.




그렇게 쌓아온 단단한 벽은


결국 저를 옥죄었고


숨 쉬기조차 버거운 날들이 되었습니다.




언젠가..


한 달간 세상과 단절한 끝에


'이대로는 정말 무너지겠구나' 싶어서야


떨리는 발걸음으로 심리센터 문을 두드렸어요.


그리고 처음 본 사람 앞에서 처음으로 펑펑 울었습니다.



2.jpeg




이후 7년이 흘러 다시 찾은 센터,


이번엔 저를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어서였습니다.



세월이 흘렀어도 제 마음 깊숙한 곳은


여전히 그때 그 아이 그대로였어요.



'누구도 날 도와줄 수 없어'라는 믿음이


단단하게 뿌리박혀 있었습니다.



어릴 적 새겨진 상처로 만들어진 렌즈로


아직도 세상을 보고 있다고,


이제는 그 렌즈를 바꿔야 된다고 했어요.



3.jpeg





그래서 용기를 내어 온라인에


제 진짜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냈습니다.



'어차피 계정 지우면 사라질 이야기'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요,


완벽하진 않지만


그렇게 조금씩 내려놓다 보니


기대는 법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젠 '괜찮아'라는 말이 필요하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어요.


5.png




4.jpeg




이렇게 글을 쓰는 건


아직도 채우지 못한 빈자리를 안고 사는 제가


저와 같은 렌즈로 세상을 보는 이들을 만나서입니다.



여전히 혼자 버티며 살아가는 이들을 보면서예요.



우리, 조금만 더 힘을 빼고 살아보면 어떨까요?



힘 빼는 법도 배워가면서 말이에요.



'뭐 어때'라는 마음으로 한 걸음씩 내딛다 보니


생각보다 따뜻한 길이더군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는 꼰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