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by 걸침

살다 보면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전혀 예기치 못한 일이 생겨 어긋나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 나를 잡아주는 말이 바로 운칠기삼이다.

자기의 계획이나 능력은 30프로이고 나머지 70프로는 운에 좌우된다는 말이다. 젊었을 때는 사실, 이말이 그렇게 다가오지 않았다. 내 능력이 있고 자신이 있는데 그 무슨 씻나락까먹는 소리냐하고 반문한 적도 있다. 그러나 나를 비롯하여 주변의 삶을 살펴보건데 옛 어른들의 그 농담 같고 책임 없는 소리가 어쩌면 맞는 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유명한 역사학자인 시드니 후크도 그의 저서 역사와 영웅이란 책에서 그리 말하지 않았던가. 역사를 뒤져보니 영웅이 될 자격이 있는 사람 100명 중에 실제로 영웅이 된 사람은 한두 명에 그치지 않는다고. 나머지 구십여덟 아홉의 사람은 무엇인가. 영웅이 될 자질이 있음에도 때를 못 만난 사람이라고 일갈하였다. 때, 시간, 하늘, 운, 누군가 도와줌, 여러 가지 단어로 표현될 수 있는 부분이다. 뒤집어 놓으면 실제로 영웅이 된 사람들은 거의 다 자질은 조금 부족하지만 때를 잘 만 사람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 보다. 자질과 때가 일치하기란.


불가에서는 사람이 서로 만나는 인연을 겁의 시간으로 표현한다. 한 마리의 거북이가 천년에 한 번 드넓은 태평양을 한바퀴 돌고 있다. 한편으로 어딘가 깊은 심해에서 천년에 한 번 나뭇조각이 바다 위로 떠올랐다가 가라앉는다. 이 두 개의 물체, 즉 거북이와 나무가 우연히 만나게 되는 시간을 겁이라 하였다. 그 얼마나 확률이 없는, 복권에 당첨될 확률보다 적은 수치인가. 우리의 만남이 그만큼이나 귀하고 소중하다는 뜻을 비유로 전하는 말일 것이다.


세계적인 부자 워런버핏이 말했던가. 자기는 원래 그렇게 부자가 되려고 계획해 본 적이 없다고. 이 일을 하다 보니 저 일이 보였고, 저 것을 하다 보니 새로운 일이 생기곤 해서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다. 마치 무계획을 찬양하는 듯한 이 발언은 무엇인가. 세상은 자기의 뜻대로만 되지 않는다는 말 아니겠는가. 세계 유수 대학의 인공지능 박사를 딴 사람이 뜻대로 되지 않다가 엉뚱한 미술 쪽으로 이름이 나 프로가 된 사람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그런 사람들이 한둘이겠는가. 또 전혀 터지지 않던 일이 갑자기 어느 순간에 어떤 변수로 인해 대박이 나는 경우는 어떤가. 일종의 허시파피 현상이다. 죽었던 제품이 갑자기 유행을 타는. 그래서 고전에서 말하지 않던가. ‘지호락’이라고. 무엇을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못 당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그것을 즐기는 사람에게 못 당한다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저 즐기며 살다 보면 그 세계의 프로가 되는 사람들이 곳곳에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단, 기회가 올 때 그것을 붙잡기 위해서는, 아니 붙잡히기 위해서는 30프로의 능력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주연배우의 갑작스러운 유고로 그 자리를 꿰찬 프로가 영화계나 뮤지컬 계에서 회자되고 있지 않은가. 야구의 백업 선수로 벤치만 지키고 있는 선수가 갑자기 찾아온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백업 선수라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는 동료보다 한밤중 남몰래 타격훈련을 하며 실력을 길러놓고 나머지 70을 기다리는 선수가 진정 백업에서 벗어나 백 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좋다. 운칠기삼. 얼마나 편한가. 70의 행운이 늘 기다려준다는 것은. 아등바등하지 말고 즐기자, 오늘을.

대신 30은 퍼펙트하게 해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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