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날이야

자연의 시간

by 교씨

오늘은 제법 비가 시원하게 내린다.

이 비는 자연을 위해 내리는 것일 테다.

이날만을 목 빠지게 기다렸을 그들.

깨끗이 몸을 씻기고 마른 갈증을 해소한다.

꽃들은 얼굴을 활짝 피고 세수 하고,

풀잎들은 신이 난 듯 손을 내밀어 비를 만끽한다.



길을 걷다 보니 나무들이 서 있는 자리는 굉장히 지저분해져 있었다.

나무가 씻은 뒤 나온 잔가지와 잔해들. 그리고 세찬 비를 견디지 못해 떨어진 나뭇잎들이었다.

나도 너희와 함께 서서 내 모든 더러움을 씻어내고 싶었다. 그리고서 맑은 몸으로 너를 와락 안아보고 싶다.



빗물은 차가운 반면 날은 습기에 의해 후덥지근하다.

사람들은 비가 오면 밖에 잘 돌아다니지 않는다.

꿉꿉하고, 젖으면 축축하고 찝찝해지니까.

오히려 그들에겐 다행이다.

그래야지 나무도, 풀도, 꽃도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씻을 수 있을 테니까.

그들의 시간을 방해할라, 오늘은 집에서 빗소리나 들어야겠다.



오늘은 우리의 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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