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by havefaith


마음이 고프면

집밥을 먹는다


아무 조건 없이 놓여있는 그릇

갈수록 뭉클하고 애틋한 맛

숟가락질이 느려진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이

내려둔 숨


목이 메어올수록

마음이 촉촉해진다

하루의 길목에 눈물이 스며든다

남들 앞에 보이지 못한

염증으로 쿨럭거린다

훈장도 아닌 자잘한 상처가 가득한

총알받이의 몸


밑바닥을 보고나서야

내팽개친 도르래를 감아올릴 수 있다

알코올보다 또렷하고 감미롭게

오늘을 씻으려고

오늘을 안으려고

집밥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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