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무얼 하려고 했지
시멘트로 금속으로 곳곳을 막아두어도
바람과 눈물이 만드는 작은 구멍은
어찌할 도리가 없네
애초에 낡아가려고 태어났겠지
잠깐 꾼 꿈이 너무나 생생해
쌀알 고르듯 기억을 만지작거리고
주룩주룩 빗방울 떨구는 소리
눈발이 가로등 위에 비스듬히 앉는 광경을
말없이 보고 있네
혼자 아무렇지 않은 듯 살기엔
너무나 글렀네
군데군데 구멍난 마음의 틈이
이렇게도 날뛰고 있는데
잘 사냐 물으면
답을 하기가 고민스럽네
가벼이 던졌으나 답하기는 어려운 질문
무엇이 잘 사는 삶인가
잘 산다고 말하기가 무섭네
세상이 차가울수록
불구덩이에 몸을 들이밀어 불을 키우겠다고
갈라져 조각나는 것은 익숙하니
숨을 빚어내는 틈을 만나고야 말겠다고
동정해달라는 게 아니라
함께 불구경하자는 말
그 불이 다 타고나서
답은 잔재가 해줄 것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