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으로 하는 건강한 실험(?)
1달이 된다. 운동을 새로 시작할 때 우선 한 달만 해보자 하고 시작하곤 한다. 많이 앉아 있어서인지 요가를 주5일 꾸준히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몸무게는 꽤 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건강검진에 감사해야 할 시점) 운동을 하는데 어찌 이런 일이! 라고 생각도 했지만 움직이는 시간이 제한적이고 원래 먹는 걸 좋아하니 억울해 할 일만도 아니었다. 이미 운동을 하고 있으니 추가로 헬스장을 등록하기는 가격이 좀 부담되었고 뛰는 게 직빵이라는 추천도 많이 들었지만 미세먼지가 창궐한 공기를 마시기도 찜찜했다. 결론은? 자기 전에 동영상으로 홈트레이닝을 한시간 이상씩 하고 저녁 6-7시 이후로는 먹지 않기로 했다. 도톰한 운동매트를 사서 거울이 보이는 곳에 깔아두었다. 준비물이 내 몸과 시간, 작은 매트와 핸드폰만 있으면 된다니. 간단하고 가볍다.
동영상을 선택할 시간. 좋은 영상이 꽤 많다. 유투브를 보다가 땅끄부부의 영상을 보고 따라하기로 했다. 동영상에서 자기도 힘들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서로 기운내자고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조금은 교과서 읽는 것 같이 '칼소폭(칼로리 소모 폭탄)'이라 불리는 전신 유산소 운동, 팔뚝살, 허릿살 및 등살 제거 운동, 허벅지 안쪽살 운동, 복근 운동까지 하면 1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옆구리와 뱃살을 공략하는 운동을 하고 나면 매트와 하나가 되고 싶어진다. 동영상이 짧다고 가볍게 생각하면 오산이다. 짧은 만큼 강하다.
2주간은 주7일을 정말 빼놓지 않고 운동했다. 의무감이 들기도 했다. 한달 해볼 건데 초반에 습관이 잘 들어야 하지 않나 싶어서. 첫2주는 1kg가 조금씩 빠졌다. 그정도는 식이만 해도 빠지는 것인데! 싶은 변화긴 했다. 그에 비해 체력이 좋아지는 건 느껴졌다. 자기 전에 운동을 했는데 몸상태에 따라 같은 운동을 하는데도 가벼운 날도, 버거운 날도 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운동이 덜 힘들어졌다. 잘 되지 않던 동작도 좀 더 가볍고 빠르게 할 수 있었다.
3주차가 되니 2kg가 빠졌다. 1kg일 땐 '애걔, 이것뿐인가 + 그마저도 뺴기 힘들구나 + 운동때매 빠진 건 맞을까' 하는 생각이 합쳐졌다면 그게 뭐라고 2kg째일 땐 왠지 모르게 정말 빠지긴 하는구나! 싶어 신기했다. 역시 누군가에겐 이정도면 식이로도 가능할 수 있는 정도겠지만 나에겐 값진 변화였다. 다이어트 황금기의 효과도 있었다. 저녁 밥을 먹지 않는 것 뿐이지 아침은 선식주스, 점심은 보통 식사를 그대로 먹으니 완전한 다이어트 식사도 아니었으니까. 황금기에는 운동을 하면 매일 조금씩 무게가 줄었다. 머릿속으로는 이대로 매달 2-3kg만 감량하면 엄청난 결과가 있을거란 꿈결같은 상상에 기분도 좋아졌다. 물론 내 마음처럼 빠지진 않는다는 걸 알지만 그냥 생각만 해보는 거다.
충동적으로 구매해 놓았던 체중계는 가정용 인바디 체중계. 신기해서 사둔 걸 최근에야 썼다. 몸무게 뿐만 아니라 수분량, 골격근량, 단백질량 등 다양한 지표를 보여주는 똑똑한 친구였다(!) 체중이 줄어들면서도 수분량은 예전보다 조금 높아졌고, 근육량이 줄지 않고 지방이 줄었다는게 마음에 들었다. 저녁을 먹지 않으니 아침이 참 맛있었고 속이 비었다고 배가 고파 잠이 오지 않은 적은 없었다. 다음날 오히려 몸이 가뿐해지고 운동 덕분에 다듬어지고 매끄러워지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다. 단단했던 팔이 말랑해지면서 조금 얇아진 것 같아 신기했다. 막판에 출장과 저녁 일정이 생기는 바람에 고비가 오기도 했다. 출장을 가서도 운동을 하루는 한 걸 보면 여태까지 했던 게 도로 돌아올까봐 걱정이 됐던 모양이다. 다행히 돌아오진 않고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첫 2주는 저녁에 아무것도 먹지 않고 주7일로 달렸지만 후반부 2주는 저녁에 과일을 하나 정도 먹고 주5-6일 정도로 1-2일을 쉬어갔다. 긴장이 풀어지기도 했지만 장기전으로 가려면 가끔씩 쉬는 날도 있고 먹고 싶은 걸 먹는 날도 있어야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초반에 매일 아침에 몸무게를 재보면서 재밌기도 했지만 계속 하다간 강박처럼 변할 수 있을 것 같아 무서워졌다. 1주일에 한 번 정도만 재고 눈으로 체크하면서 부수적으로 체크하기로 했다.운동을 하고 감량을 하는 건 좋지만 목적을 잃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누구 좋으라고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좋으라고 하는 거니 엄격해야 할 부분은 엄격해야겠지만 습관에 갇히는 것 역시 바람직하진 않을 것이다. 혼자 하다보니 자세가 완전히 잘 되고 있는지 확신은 없지만 처음보다는 영상에서 보여주려는 자세에 가까워지고 있다. 홈트레이닝이나 헬스쪽을 그리 좋아하진 않았는데 생각이 바뀌는 계기도 되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요가나 필라테스만 해와서 그런 모양이다. 저녁에 몸을 움직여서인지 아침에 운동할 때 몸이 더 잘 풀리는 느낌도 있었다.
여러모로 얻어가는게 많은 홈트레이닝 1달. 실험(?)은 무사히 잘 마무리되었다. 1달간 시험 후 결론적으로 아침은 요가, 저녁에는 홈트레이닝으로 몸을 다져보기로 했다. 저녁에도 운동을 한다고 하니 운동을 무척 좋아하는 것 같다고 누가 말해주었는데 그럴리가 없다. 누워있는 게 좀 더 좋고 체력관리용으로 필요에 의해 하는 게 더 강하다. 생각해두고 있는 몸무게까지는 4kg 정도 남았다. 몇 달이 걸릴지 역시 알 수는 없다. 꼭 그 몸무게에 도달하지 않는다고 해도 상관은 없다. 유지하면서 조금씩 빠져도 괜찮으니까. 급할 게 없다. 어차피 하루하고 그만할 것도 아니고, 오늘 망했다고 내일이 망하는 것도 아니다.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지는 못하더라도 찬찬히 가다보면 도착할 수 있을테니까. 다음 단기 실험은 좀 더 강도가 세다는 '1000칼로리' 운동 혹은 '칼소폭2'를 한달 해보는 것! 목표를 이루고 나서 땅끄부부가 올려둔 영상에 댓글을 달아봐야겠다. 감사드린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