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에게, 씀]당신의 혼자였던 시간
기억하나요
나에겐 가끔 떠오르지만
당신에겐 아마도 잊혀졌을 시간
아무도 곁에 없다며
한밤중에 눈물흘리던 당신이 생각나
놀랐어요 당신 말이 맞았어
당신의 존재를 눈물을 통해 알았거든
내가 기억하는 당신의 첫모습
모두가 있었지만 아무도 없었어
삼삼오오 모여 놀던 이들은
별 꼴이라면서 당신에게 핀잔을 주었지
당신의 눈물은 볼품없는 것처럼
혼자인 건 이유가 있다고 했어
그 말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걸 보고
나는 욕심이 생겼어
혼자인 게 정말 이유가 있을까
내가 저 입에서 말을 터뜨려보겠노라고
아무도 없는 당신을
내가 제일 먼저 알아보고 싶었어
가끔 기억도 안나는 사람들이
왜 당신에게 말을 거는지 같이 다니는지
물어보곤 했어
나도 뭐라 답했는지 기억은 잘 안나
그냥 궁금해서라고 했을까
생각보다 재밌는 친구라도 했었을까
우는 게 신경쓰여서라고 했을까
하지만 당신에게 말을 걸었던 건
당신이 답할 때까지 계속 말을 걸었던 건
오래전 내가 참 잘한 일이야
어처구니없었겠지 당신이 보기엔
교실 문에 빼꼼 고개를 디밀고 집에 가는 날이
익숙해지던쯤
다른 사람과 가버리면 당신이 서운해하던쯤
미처 더 말을 잇지 못하고
당신이 어느날 떠나버렸단 이야기를 들었어
늘 내 옆에 있을 줄 알았나봐
그래도 이제는 눈물보다
배시시 퍼지던 미소가 먼저 떠올라서
나는 내가 그렇게 바보는 아닌 것 같아
아마 잊혀져도 기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나만 기억해도 괜찮아
당신의 혼자였던 시간
가끔 궁금해
요즘도 그렇게 조심스럽게
꽃송이가 한 잎 벌어지듯이 웃는지
얼굴엔 복숭아처럼 보송보송한 솜털이 남아있는지
지금은 곁에 누군가 있는지
울리지 않고 풋 웃음이라도 종종 짓게 해주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