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큼 멀쩡한 사람이 어딨다고? 그게 별종이야
"나만큼 멀쩡한 사람이 어딨다고 그래?"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바로 별종이다.
속으로는 남과 다르기를 바라면서도 지극히 표준적이고 남다를 것 없는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3차원을 표방하는 2차원 혹은 4차원 그 이상들. 사실 화를 낼 것도 불쾌할 것도 아니다. 별종이라는 게 무슨 정신병도 아닌데. 그렇다고 고리타분하고 평범하다고 하면 싫어할 거 잖아.
"나더러 별종이라는데, 말이 되냐?"
너는 오늘 갑자기 나에게 물었다. 입꼬리를 내리며 대수롭지 않게 눈을 굴리고 어깨를 들썩이면 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삐죽이며 한 마디 하겠지.
"뭐야! 나만큼 멀쩡한 사람이 어딨다고 그래?"
그래 그렇게. 사실 네가 별종이라고 하면 나는 더 별종일 것이다. 간단한 명제 같은 거다. 그런 너의 반응이 재밌어서 일부러 너를 골리고 예상된 반응을 보는 재미에 속으로 즐거워하고 있다. 이따금 다른 반응이 나오면 허를 찔린 듯 해서 역시나 즐겁다. 너를 오래 만났지만 나는 가끔 너가 새롭고, 그런 너에게 또 당하고 마는 내가 새롭다. 그러니 나는 인정하련다. 별종이다. 누가 묻지 않아도.
그러나 나는 다시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나는 너와 함께 한 시간들이 좋으면서도 싫다. 너의 반응이 재미보다는 익숙함인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무엇보다 싫은 건 내가 보낸 시간만큼 너를 알아가는 게 꼭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긴 시간을 돌아 늘 제자리에 있다. 너의 식성, 취미, 취향, 가치관을 알겠는데도 너를 온전히 본 적이 없다. 길은 있다가도 사라지고, 이파리는 가시가 되고, 흙은 벽이 되어버린다. 매번 그 앞에서, 마치 전망대에서만 펼쳐진 풍경을 보고 가까이 다가갈 수는 없는 것처럼. 경치는 충분히 보았다. 가령 너를 더 보지 않고, 놓아버리고 싶을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