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려입는 날

오늘 무슨 날이냐고 물어보신다면

by havefaith



가끔씩 뭔가 특별하게 옷을 입고 싶은 날이 있다. 기분전환 겸, 새로운 하루를 보내고 싶어서. 한 구석에선 이래도 될까, 하는 마음을 넘기고 입고 가면 아니나 다를까 예상질문이 한 명에게는 얻어걸린다.


"오늘 무슨 날이에요?" 혹은 "오늘 약속 있어요?"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그렇게 입었어요?" 같은 것.


예상했던 말이라서 나는 당당하게 답할 수 있다.


"아뇨, 아무 날도 아니에요. 약속도 없구요. 그냥 입었어요."


하면 머쓱한 듯 돌아간다.


사실 옷이란 건 누구 좋으라고 하는게 아니라 나 좋자고 입는 것 아니던가. 자리나 일정에 맞춰 나를 더 빛나게 입는 경우 말고도 오로지 나를 위할 수도 있는 거다. 나의 옷 말고 나의 모든 것도 마찬가지아닌가. 말과 행동도, 생각도 나의 모든 것은 내가 아닌 것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물론 상대를 아끼기 때문에 이해하고 맞추더라도 그와 함께 하는 내 모습이 좋기 때문일 것이다. 매일 옷을 고르듯 그렇게 선택을 한다. 때로는 원하지 않는 것들을 하게 되더라도 나는 늘 여기에 있다.

이상하지 않은가. 사람들은 묻지 않는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냐고, 일이 있냐고. 하늘이 왜 오늘따라 구름없이 환한지 혹은 먹구름이 많은지, 비가 오고 천둥이 치는지 묻지 않는다. 날씨는 하늘에게 옷이나 마찬가진데. 왜 오늘따라 꽃이 예쁘게 피었는지, 왜 강아지나 고양이가 털갈이를 끝내고 뽀송뽀송해졌는지와 같은 것은 궁금해하지 않는다. 특별한 날이라서가 아니라, 일정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냥 그들의 마음인 것. 특별한 일이 없어도, 특별한 날이 아니라도. 차려입는 것도 아닌 것이다. 내 맴이다. 그저 입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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