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프리지아 = 엄마가 좋아하는 꽃'이라는 자동 연상이 있었다.
어릴 적부터 집에 들어오면 프리지아 향이 퍼져나가던 기억이 잦았기 때문이다.
단순히 향이 진해서 좋아하시나 보다 하고 넘겨짚었다.
나는 엄마가 좋아하는 꽃을 아는 딸이다 하고 우쭐하면서.
그런데 오늘 다시 여쭤보니 예상치 못한 답이 들려왔다.
"지금 계절엔 안 좋아해. 2월에나 좋아하지."
구체적인 시기까지 있다니, 이유를 물으니 봄이 오기까지의 시간을 보내기가 힘들어서라고 했다.
겨울의 막바지를 견디듯 보낼 때 마침 나오는 꽃이 프리지아라고, 그래서 위로하듯 샀다고.
위로하듯, 이 표현이 자꾸 목구멍에 걸렸다.
어린 내가 집에 뛰어들어와 맡은 향은 엄마가 스스로를 위로하려 집어 든 향이었다.
심정을 묻는 이 하나 없던 시절에.
- 2021년 5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