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씻기 싫은 날

by 가을꽃나무

솔아, 이제 씻어야지.”

그러면 대답이 돌아온다.

“아니야, 안 씻을 거야!”


순간 생각이 멈춘다.

예전 같았으면 단호하게 말했을 것이다.

“아니야, 씻어야지. 안 돼.”


하지만 요즘은 다르게 생각한다.

지금 당장 씻지 않는다고

정말 큰일이 나는 걸까?

이건 누구를 위한 일일까?

이렇게 실랑이를 벌여서까지

서로 감정을 상하게 해야 할까?


그래서 나는 조용히 말했다.

“그럼 오늘은 세수랑 손만 씻고 자자.

대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같이 씻는 거야.”


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응” 하고 대답하고, 손을 내밀었다.

약속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나는 그 순간을 소중히 여긴다.

스스로 선택했다고 느끼는 그 경험이

아이를 자라게 하니까.


매일 반복되는 일이라면 단호함이 필요하겠지만,

어쩌다 한 번 있는 날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이런 순간이야말로

아이가 스스로 조절 능력,

자조 능력을 배워가는 시간이라는 것을.


그 결심에 이르기까지 나도 시간이 걸렸다.

아이 전용 샴푸를 써서 매일 깨끗이 씻겨야 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어느 날, 솔이에게 초기 아토피 증상이 생겼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병원을 찾았고,

의사 선생님이 해주신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아이는 어른처럼 바깥생활을 해도 그렇게 더럽지 않아요.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건조합니다.
그래서 자주 씻기면 더욱 건조해져서 오히려 좋지 않아요.
물로만 씻기고 일주일에 한 번 세제를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건 좀 심하다고 느끼신다면
2~3일에 한 번만 세제를 사용하시는 걸 추천드리고 싶네요.”



그 말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계기였다.

그 뒤로 전용 세제 사용을 줄이고

그저 흐르는 물에 씻기는 연습을 했다.


물론 처음엔 불안했다.

닦이지 않은 것 같고, 뭔가 부족한 느낌이 남았다.

하지만 그 감정을 그냥 흘려보냈다.

꾸준히 실천하자, 어느새 괜찮아졌다.


이젠 그 어떤 찝찝함도 남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의 “씻기 싫어”라는 말 앞에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한 박자 더 생각할 수 있게 된 나!

그게 참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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