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뒷산에 가서 아이와 소리를 들으며 ‘소곤소곤 놀이’를 하곤 한다.
요즘은 장난기가 날로 늘어가는 솔이,
“쉿” 하는 순간이면 이미 상황극이 시작된다.
나는 운을 뗀다.
“어, 무슨 소리가 들렸어?”
그러면 아이는 귀를 쫑긋 세우고 탐색을 시작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발끝에 밟힌 마른풀의 사각거림,
멀리서 들리는 새의 짧은 울음소리,
그리고 이름 모를 벌레의 윙윙거림.
자연은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이렇게 귀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다.
아이를 자연 속으로 데려가는 건 특별한 체험이 아니라 삶의 연장이다.
흙이 묻을까, 옷이 더러워질까 걱정된다면 큰 물병을 하나 챙기면 된다.
흙 묻은 손은 씻기면 되고, 옷은 빨면 되니
다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
옷의 용도는 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그 이상의 가치는 없다.
매 순간 다짐한다.
나의 모든 행동은 아이가 배운다는 것을.
나의 강박과 걱정이 아이에게 그대로 옮겨져
결국 또 다른 불편으로 자라난다는 것을.
그러니 옷이 더러워지는 일로 화내거나,
조금의 실수로 짜증 내지 않기로!
아이에게 자연을 가까이 보여주는 일은,
결국 나 자신을 해방시키는 일이기도 하고,
아이를 위해 행하는 모든 것이
나를 자유롭게 만드는 일임을 알고 있다.
그렇게 바람이 ‘쉬—이’ 불고, 나뭇잎이 ‘사그락사그락’ 흔들린다.
작은 벌레들이 어디선가 ‘찌르찌르’ 노래를 시작한다.
솔이는 그 소리를 듣다 “엄마” 하며 잠시 멈추고,
나도 그 옆에 서서 귀를 기울인다.
소리가 작아질수록,
우리 둘의 목소리도 점점 낮아지고 마주 보며 킥킥 웃는다.
어느새,
소곤소곤이 자장가처럼 번지고
꿈나라로 이어지는 시간이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