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둘아이아빠 Feb 20. 2021

운동하는아빠

분 명 한 허락

  " 내일 나갈 때 애기 깨지 않게 조용히 나가. "

나는 어제 저녁 분.명.히 허락을 받았다.


  오전 6시 눈을 떴다. 6시 40분으로 설정해 놓았던 알람을 껐다. 나이가 30대 후반이라 그런지, 아니면 운동이 너무 좋아서 그런지 눈이 자동으로 떠진다.

  테니스 카톡방을 열어보니 벌써 다들 일어나 이모티 콘을 날리고 있다. ' 나 지각하지 않고 정시에 갈께. ' 나역시 이모티 콘으로 무언의 신호를 보낸다.

  항상 아침에 배가 살살 아파 화장실에 가야하지만 아이가 깰까봐 밖에서 해결하기로 한다. 좀 급하다. 어여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헐레벌떡 나가려고 하지만 고양이 걸음으로 사뿐사뿐 걸어나간다. 항상 나갈 땐 현관문 도어락 베터리를 빼고 나가야 한다. 문이 닫힐 때 '띠리릭' 소음이 나기 때문이다.


  테니스는 재밌었다. 차디찬 새볔공기에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입김. 고슬고슬 이마에서 흘리는 땀은 보람을 느끼게 한다.

  2시간이 금새 갔다. 아쉬움을 뒤로 한채 짐을 싸고 집에 간다. 집에 가는 길은 긴장된다. 아내에게 운동을 허락 받긴 했지만 알게 모르게 보이는 알싸한 분위기. 걱정이 심히 된다. 아이가 일찍 깨지 않아 아내가 조금이라도 많이 잔 상태가 되어있길 희망하며 한걸음 한걸음 집으로 향한다.

  아침 식사로 빵을 사갈까 했지만 조금 늦은 것 같아 빨리 귀가 하는걸 선택한다.


  집 앞이다. 도어락은 꺼져있다. 문을 열고 4개의 베터리를 차곡차곡 끼워넣고 문을 닫는다.

 '띠리릭'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면서 집 안에서 소리가 난다.

 " 아빠다. "

  두근두근. 떨린다. 패딩을 벗으며 아내 눈치를 본다.

  " 감사히 다녀왔어. 잘잤어? "

  두 아이는 거실에서 뒹굴고 있고 아내는 등을 돌려 앉아 있었다. 등 너머 고개를 내쪽으로 돌린다. 눈에는 살기가 가득하다. 그리곤 거실에 달려있는 시계를 쳐다본다. 몇시에 왔는지 확인하고 있다. 부들부들.. 털이 쭈삣쭈삣 선다.

  " 잘 치다 왔어? 조금 늦었네? "

   마치 몰래 회사 자금을 횡령하다 걸린 사람을 발견 해 추궁 전 떠보는 말투. 매섭고 톡 쏜다.

  " 일단 얼른 씻어. 모래 떨어진다. "

  오른쪽 눈썹이 올라가고 입술 근육을 당겨 위로 삐죽 거린다. 그래도 다행이다. 오늘은 그럭저럭 넘어가는가 보다. ...


  그래도 언제나.. 운동을 하고 따듯한 물에 샤워하는 건 정말 기분이 좋다. 녹는다 녹아.


  " 오빠 ~! 하루종일 걸리네? "


  나는 분명.. 어제 허락을 받고 나갔다 왔는데..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 금방 나가요. 나 나가면 낮잠 좀 자요. "


매거진의 이전글 운동하는아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