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를 처음 배울 때부터 지금까지 같이 치고 있는 동서가 무릎을 다쳤다. 수술까지 해서 복귀까지 꾀 걸렸다. 동서가 적당한 기간과 재활을 하고서 다시 테니스를 했을 때 무릎에 이상 징후를 느꼈다. 그렇게 동서는 테니스와 거리가 멀어졌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동서는 가끔 아이스하키를 얘기하곤 했다.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아이와 아내의 제한없이 새볔에 아이스하키를 친다고 했다. 얼마나 늦게 시간인지 물었더니 11시부터 새볔 2시였다. 눈이 트였다. 그 시간이면 눈치는 안보겠다. 다만 그 다음 날 온전한 정신으로 버틸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전해들은 이야기를 시작으로 동네 아이스링크장을 찾아봤다. 아무리 육아와 관계없는 시간대라고 하더라도 1시간이나 걸리면 내가 피곤하기 때문이다.
찾았다. 하지만 처음 접하는 운동이라 확신이 없었다. 한번 방문을 해봤다. 아이스링크장엔 꼬꼬마 아이들이 레슨을 받고 있었다. 아내와 상의 후 아이를 먼저 등록 시켰다. 아이 나이 4살.
주말에 첫 체험을 시작으로 할인해준다는 말에 3개월을 내리 끈었다. 처음엔 가기 싫어했다. 매일 넘어지고 제대로 타지도 못해 답답했나보다.
사실 너무 이르기도 했다. 보통 6세부터 시작하는데 4세라니.. 욕심이 과했다고 생각했다. 돈은 이미 냈으니 3개월만 채우고 말아야지 했다. 하지만 3개월이 다 채워질 무렵조금씩 타기 시작하더니 매일 아이스하키를 하자고 졸라댄다.
동서와 다시 상의했다. 일단 한 번 타보기로... 나는 그나마 어렸을 때 조금 배워보기라도 했는데 동서는 처음 배우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았다. 첫째 아이가 다니는 링크장에 성인 2명 체험을 신청했다.
명당, 회당 3만원. 비싼 비용이었지만 갖추어야 할 장비가 많았고 다 빌려 써야 하기에 이해했다. 드디어 처음 배우는 날. 쫄쫄이 위에 코치님이 빌려준 아이스하키 장비를 하나씩 걸친다. 그냥 기분이 좋았다. 나이가 비록 30대 후반이지만 새로이 무언가를 도전하는 느낌. 정말 좋았다.
한시간 반동안 이어진 레슨과 체험은 너무 재밌었다. 많이 넘어지기도 하고 발바닥이 아팠지만 다시 꼭 해보고 싶었다. 링크장을 나가는 내내 동서와 재밌게 얘기를 나눴다.
아쉬운건 코로나 집합 금지가 걸려있어 오후 9시 이후로는 현재 링크장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아이가 모두 잠을 자야만 맘 편히 나갈 수 있기에 하고자 하는 의욕을 잠시 접어두고 일단은 상태를 지켜 보기로 했다.
나뿐만이 아니었다. 동서도 하고 싶어했다. 둘다 아이를 키우고 있기에 쉽지는 않았다. 결국 나는 테니스 코트로 돌아왔다.
동서도 무릎이 조금 나았는지 테니스 코트로 조금씩 시간을 늘리며 나왔다.
지금은 테니스를 공식적으로 주말에 약 한시간 반씩 치고 있다. 물론 비공식적으론 매일 30분이 넘게 치고 있지만 공식적으론 3시간치고 있다.
그 때 잠시 체험했던 아이스하키가 가끔 생각난다. 접근도가 낮아 쉽게 접할수도 없으며 빠른 속도에 하키채로 퍽을 요리조리 치는 느낌.. 자꾸만 생각난다.
오늘 첫째 아이의 스케이트 레슨을 위해 학원에 왔다. 코치님이 인사를 건네며 중고장비 하나 구했다며 언제든 결정만 내려주시면 바로 필드위를 달릴 수 있다고 했다. 맛있는 음식 앞에 침이 고이듯 등줄기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맛보고 싶은 스포츠..
코로나 땜에 결정을 미루고 있다. 코로나 집합 금지 시간이 9시에서 10시로 미뤄졌다. 아마 곧 코로나 집합금지가 끝날까봐 무섭다. 그 순간 아내에게 해볼까? 란 질문을 던져야 하고 끝나지 않는 긴 싸움을 해야 될까봐 정말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