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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둘아이아빠 Dec 30. 2020

둘아이아빠

아내는 매일 아팠다.

  아내와 신혼 초기.

  약 30년을 남자로 살아온 나는 여자의 몸이 이리도 자주 아픈지 몰랐다.  

  아내는 감기 몸살인거 같다며, 목에 머플러를 자주 두르고 잤다. 또한 속이 더부룩 하다며 새볔에 콜라 심부름이나 사이다 심부름을 시키는 일이 잦았다. 게다가 자주 배가 아프다며 그 날은 온 종일 이것 저것 부탁을 했다.


  자주되는 심부름과 자주아픈 아내를 위해서 이젠 더 이상 방치를 하지 않기로 다짐. 아프면 바로 병원에 데려다 주기로 했다. 내 직감으론 심부름을 위한 또는 나의 귀가시간을 일찍 당기기 위한 꾀병이 아닐런지 의심이 되었기 때문이다.


  처가를 방문하고 집에 오는 길이었다. 갑자기 아내가 배를 쓰다듬었다.

  " 왜 그래? 어디 아파? "

  " 아니, 속이 좀 아파서.. "

  " 또 그래? 왜 그러지.. 병원가자. "

  " 아니야.. 그 정도는 아닌데.. "

  " 너무 자주 아픈거 같아. 응급실 열었을테니 가자. "

 

 나는 차를 돌려 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가고 있는 내내 아내가 괜찮아 진거 같다며, 나를 말렸지만 나는 거침없이 직행으로 응급실에 갔다.

  " 진짜 급해요. 응급환자 입니다. "

  차를 응급실 앞에 세우고 내렸다. 아내는 내리지 않자, 보조석 문을 열고 아내를 들었다. 아내는 웃고 있었다.


 " 왜그래, 사람들 다 쳐다보자나. 그리고 안아파. "

 " 또 집에가서 아파할 거자나. 빨리가자. "


  아내를 들고 응급실을 내려가는데, 아내가 발버둥을 치는 바람에 쉽지는 않았다. 결국 아내를 내리고 손을 잡고는 끌고 접수실로 향하는데, 계속 아내가 버텼다.


  " 여기, 환자 있어요. 접수해주세요. "


  멀리 보이는 접수처에 크게 외쳤다. 아내는 주저 앉아 버티고 있었다.


  " 알았어. 알았어. 갈게 갈게. "


  아내가 수긍하자. 손을 놓고 접수처로 가 신상정보를 적고 접수를 하려는데, 아내가 불이나케 도망을 간다.


  " 아 ~! 어디가 ~! "


  그녀를 쫒아갔더니, 자동차 보조석에 앉아 있었다.


 " 아프다며, 빨리가자. "


  다시 억지로 차 문을 열려는데, 아내가 문을 잠궜는지 열리지 않는다. 나는 차 밖에서 아내는 차 안에서 합의를 봤다.


 " 알았어. 안할게. 그대신 진짜 아플때만 아프다고 그래. 꾀병 더 이상 안 속아. "

  " 진짜, 아팠어. 오늘은 아닌거 같지만. "

  " 그럼 빨리 내려. 씨티건 엠알아이건 다 찍어보자. "

  " 알았어. 알았어. 안할게. 그냥 가자. "


그렇게 응급실에서 가졌던 추격전은 끝났고 아내의 꾀병도 그 날 이후로 종결된 듯 하다.


  " 그 때 왜 그리 자주 아팠던 거야? "


  지금도 미스테리다. 아이가 둘 있는 지금은.. 아플새 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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