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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투이스트 해빗 Jun 02. 2020

2. 어떤 타투이스트가 되고 싶은가

타투이스트가 되는 방법 제1부 2.

2. 어떤 타투이스트가 되고 싶은가


 수많은 타투이스트가 있고 각자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다. 나는 어떤 타투이스트가 돼야 할까? 타투 장르로 타투이스트를 구별하기 전에 목적성을 생각해보면 방향이 분명해진다. 타투를 통한 자아실현이 목적인가, 돈을 벌기 위한 직업적인 목적인가. 물론 이 두 가지 모두 다 중요하고 서로 뗄 수 없는 문제이다. 하지만 어떤 것에 우선순위를 두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는 특별해지고 싶었고 남과 다른 정체성을 가진 타투이스트가 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나만의 그림체로 그린 도안으로만 타투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타투 하려면 이레즈미나 레터링부터 연습해야 돼."

 "네 그림만으로는 타투로 먹고살기 힘들어."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난 내가 그리고 싶은 게 있었다. 지금도 가끔 하는 이야기지만 나는 타투 종류가 이레즈미와 레터링밖에 없었다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게 있고 그것이 타투로도 어울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에는 트래디셔널 타투(traditional tattoo)를 하는 사람이 많이 없었지만 해외에는 이미 많았다. 이런 스타일의 타투를 좋아하는 사람이 국내에 많아지고 타투이스트도 많이 생길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난 귀를 닫고 해외 아티스트의 도안과 타투를 많이 보고 따라 그렸다. 따라 그리더라도 똑같이 그리지는 않고 내 아이디어를 넣어 조금씩 변형해서 그렸다.


 타투는 다른 사람을 위한 작업이다. 하지만 입문할 때는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많이 그려보는 것이 좋다. 내가 재미있으니 몰입하게 된다. 꾸준히 그리다보면 그림이 습관이 된다. 그 습관은 시간이 지나서 타투이스트를 지탱해주는 힘이 된다. 결국 모든 일은 생업이 되고 시간이 지나면 스트레스를 받게 마련이다. 슬럼프가 오고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 모두 흥미와 습관에서 비롯된다.

 타투의 시작은 취미일 수 없다. 남의 몸에 흔적이 남고 책임감이 따르기 때문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습관을 만들자.


한국적인 올드스쿨 타투 디자인의 고민

 

 

 나만의 디자인과 작업 방식이 우선이라면 그것은 좀 더 아티스트의 방향에 가깝다. 먹고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보다 우선인 것이 작업의 방향성인 사람이다.  현실과 타협하기보다는 스스로 창작하고 그려낸 것을 타인의 몸에 새길 때 보람을 느낀다.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고 자신의 색깔을 표현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직업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타투를 통한 수익이 우선인 경우가 많다. 디자인보다는 타투 기술을 앞세워 손님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새겨준다. 손님의 요구에 따라 카피를 하거나 조금 바꾸어 작업을 하는 방식이다. 또는 컴퓨터로 폰트를 정해서 레터링 등 글씨를 새기는 일은 예술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얼마나 똑같이 새기느냐가 관건이다. 기술 자체가 뛰어나서 예술성을 띠는 경우도 있지만 작업물에서 아티스트의 개성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역으로 손님 층에 따라서도 타투이스트는 영향을 받게 된다. 전자라면 마니아층이 많을 것이고, 후자라면 타투를 잘 모르는 일반 손님이 많을 것이다. 어떤 포트폴리오가 많아지냐에 따라 방향이 결정될 수 있다.


 어느 방식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크게 보면 모두 타투를 하는 행위이다. 타투는 타투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다 보면 두 가지는 유기적으로 결합되게 된다. 내가 원하는 방향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이지만 생활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피작업자의 요구를 많이 반영하게 된다. 타투이스트라면 타투라는 행위 자체에 즐거움과 보람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작업을 이어가다 보면 자신이 더 잘할 수 있고 재미있는 방향을 찾을 수도 있다.

 개인의 역량이 있다면 모두를 충족시키는 방향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SNS 계정을 분리하여 타투이스트 본인이 추구하는 작업물과 그 외의 작업들을 따로 업로드하는 사람들도 많다.


 돈이 먼저냐 명예가 먼저냐의 문제라고 할까. 사실 그 순서에 정답은 없다. 열심히 하고 능력이 있다면 서서히 균형이 맞아 나가는 지점이 있을 것이다. 재미있고 좋아하는 것을 하고 훈련을 하다 보면 스스로 알게 된다. 결과적으로는 선택하게 될 것이다. 아티스트의 길을 갈 것인지, 직업적으로의 작업자가 될 것인지.

 미리 나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고 분명한 목적을 갖는 것이 좋다.



호랑이와 모란. 간결하지만 직관적인 그림이 좋았다



 어떤 타투이스트가 될 것인지는 타투이스트 개인의 장점과 취향, 타투 장르 등으로도 구분이 된다.

 미술을 전공했거나 관찰력이 좋다면 소묘를 기본으로 한 리얼리스틱(realistic) 장르가 맞을 수 있다. 예전에는 사진을 그대로 타투 하는 게 전반적이었지만 요즘에는 표현법이나 구도, 배경 등의 변주로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기도 한다.

 전통적인 동양의 타투가 좋다면 이레즈미 또는 재패니즈(Japanese)를 선택할 수 있다. 이 장르는 역사적인 배경과 기존의 자료들을 바탕으로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간결한 느낌이 취향이라면 올드스쿨(old school) 타투가 있다. 거기에서 더 화려하고 입체적으로 발전된 뉴스쿨(new school) 타투도 있다. 스쿨 타투는 트래디셔널(traditional) 타투라는 용어가 정확하게 구분하기 좋은데 뒤에 나올 주제 중 `9. 타투의 역사와 장르`라는 항목에서 자세히 다루려고 한다.


 요즘에는 장르의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로 현대적인 여러 타투 스타일이 존재한다. 타투이스트의 개성이 묻어나는 다양한 스타일을 주의 깊게 보고  관심을 갖는 게 도움 된다. 장르적인 특성을 바탕으로 나만의 개성을 만들어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어떤 타투이스트가 되고 싶은지에 따라 어디에서 배울 것인지, 누구를 멘토로 삼고 따라갈 것인지, 어떤 타투 스타일을 주력으로 할 것인지가 모두 결정된다. 내가 잘할 수 있고 재미있고 꾸준히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는 타투이스트가 되어야 한다.



여제, 수채화 포스터칼라, 해빗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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