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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완 Mar 03. 2019

대책은 없습니다만








퇴사 질문을 많이 받는다.

‘퇴사하는 게 좋을까요? 안 하는 게 좋을까요?’부터 ‘퇴사하면 뭘 해서 먹고살아야 하죠?’까지. 그런 질문을 받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아니, 그걸 왜 나한테 물어요? 나도 앞날이 캄캄하다고요.(웃음)

아마 내가 성공한 퇴사자의 좋은 본보기쯤으로 보이는 모양인데 그건 백 퍼센트 오해. 나를 퇴사의 교본으로 삼았다가는 인생이 이상하게 꼬이는 수가 있다. 

나는 잘 준비해서 퇴사한 케이스가 아니다. 내게 질문을 던지는 많은 사람과 똑같이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대책 없이 퇴사한 경우라 누구에게 조언을 할 처지가 못된다. 다행히 어쩌다 보니 책도 내고 또 그 책이 잘 팔리게 되어 회사로 돌아가지 않고 그럭저럭 일상을 꾸려갈 수 있겠다 싶지만 처음부터 그걸 계획하거나 가능하리라 생각한 건 아니었다. 단순하게 말해 그냥 운이 좋았다. 그리고 이 운이 계속될 리 없다. 거품은 곧 꺼지기 마련. 두 번째 책인 이 책은 분명 잘 안 될 거다. 그런 이유로 수많은 퇴사 고민에 이렇게 답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고, 조금만 더 참아보세요. 퇴사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건 아니에요.”


퇴사 후 삶이 더 좋아질 수 있다. 반대로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좋아질 경우야 아무런 문제가 안 되지만 나빠지면 어쩌나. 책임질 수도 없는 말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퇴사하고 싶으면 해라, 무책임한 말을 해선 안 되는 거다. 먹고사는 일은 언제나 무겁다. 

대책이 있으면 퇴사하기가 좀 더 수월하다. 하지만 아무리 고민해 봐도 대책이 없다는 게 문제. 나도 그랬다. 대책이 없었다. 사실 대책이 있었다면 애초에 회사도 다니지 않았을 거다. 누군가는 ‘넌 그림 그릴 줄 아니까 아무 걱정 없겠다’ 쉽게 말하지만, 그림으로 돈벌이가 안 돼서 회사에 다닌 걸 알고는 말하는 건지. 뭐 그 사람이 알게 뭔가. 자기 앞가림만으로도 삶은 벅차다. 남의 사정은 별일 아닌 듯 가볍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아무튼. 내 결론은 이거다. 퇴사는 ‘대책’으로 하는 게 아니라 ‘용기’로 하는 거다. 그리고 퇴사에 대한 내 생각도 조금 바뀌었다. 이제는 누가 퇴사에 대해 물어오면 조금 다른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미래는 알 수 없다. 그 불확실성이 우리를 두려움에 떨게 만든다. 내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수 없기에 삶은 여전히 무섭다. 이 선택으로 삶이 더 좋아질까? 아니면 나빠질까? 결과를 알 방법이 딱 하나 있다. 그 길로 가보는 것. 그 방법밖에는 없다. 

가보고 아니다 싶으면 엄청 후회하면 된다. 어차피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다. 평범한 직장인이던 내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일단은 가 봐야 안다. 어떻게 될지 궁금하지 않은가? 

나는 타고난 겁쟁이다. 하여 오랫동안 두려움으로 살았다. 이젠 좀 다르게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좀 지긋지긋하다고 할까. 잃을 것도 별로 없으면서 겁내는 나 자신이 한심했다. 잃을 게 많은 사람은 몸을 사리는 게 좋다. 그러나 잃을 게 별로 없는 사람은 좀 용감해질 필요가 있다. 될 대로 돼라 정신이 필요하다. 

‘될 대로 돼라’는 진짜 되는 대로 막살겠다는 말이 아니다. 겁내지 않겠다는 얘기다. 어찌 될지 알 수 없지만 일단은 가보겠다는 담대함이다. 또한 그 결과를 온전히 받아들이겠다는 책임이다. 



‘어떻게 될지 몰라서 무서워’가 아닌 ‘어떻게 될지 몰라서 궁금해’로 살면 인생은 한결 재미있는 것이 된다. 



인생의 본질은 불확실성이다. 인간이 아무리 미래를 예측하고 대책을 마련하려 애를 써도 미래를 완벽히 준비할 수 없다. 우리는 이 불확실성을 즐겨야 한다. 그럼으로써 좀 더 가벼워질 수 있다. 어쩌면 인생은 우리 생각처럼 그리 무거운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설령 무겁고 무서운 것이라 해도 벌벌 떨면서 살고 싶지 않다. 


한없이 가볍게 살고 싶다. 두려움보단 호기심으로 살고 싶다. 나는 어떻게 될까? 인생이 나를 어디로 데려다 놓는다 해도, 설령 그곳이 지금보다 더 형편없는 곳일지라도, 나는 거기서 또 잘 살아낼 것이다. 그렇게 믿고 있다. 아아, 밑도 끝도 없는 이 믿음. 정말 대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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