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벨라 Jul 31. 2020

모든 게 내 맘 같지 않지만

세상에서 가장 긴 일주일을 보내며

1. 드디어 금요일이다. 어제 밤의 여파로 머리도 아프고 여느날과 같이 새벽에도 깼다. 그정신에 어제 내가 상처준 사람들에게 장문의 카톡들을 보내놓고 또다시 늦을새라 아침부터 달려가며 출근 버스에 올라타고 있는 내 자신을 보며 정말 나는 나구나. 또 한 번 깨닫고 피식 웃어본다.


2. 많은 분들이 댓글로 주시는 위로와 응원처럼 지금 이 시간을 잘 견뎌내면 정말 내게도 이 날을 감사할 순간이 올까?


3. 일도 손에 안잡히고 머리가 너무 아파서 몰래 김웅렬 신부님의 영성강의를 듣다보니 그런 말씀을 해주신다.


내가 하느님으로부터 용서받으려면 그전에 나부터 그사람을 용서해야한다고.  감정으로라면 절대, 아니 평생을 못할 것 같지만 하느님께 가기위해서 해야하는 의지적인 행동이 바로 용서의 과정이라고 하셨다.


나는 정말 그를 용서할 수 있을까 ?


4. 때로는 내 자신을 자책하게된다. 내가 좀 더 상냥하게 대했다면, 내가 좀 더 사랑으로 감쌌다면, 내가 좀만 잔소리를 줄이고 그의 말에 귀기울였다면 그러면 우리의 결말이 조금 달라졌을까? 적어도 우리 이별의 이유가 지금과 같진 않았을까?


5. 모든 게 내 맘 같진 않지만, 그래도 그 사람만큼은 평생 내 옆에 있을 거라고 믿었던 순간이 있다. 모든 걸 나에게 맞춰주고 모든순간 내 이야기를 들어주며, 모든 것을 아낌없이 줄 수 있다고 믿었던 그 때의 나는 참 행복했다. 지금 나는 다시 행복해지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까?


6. 지금은 정답보다 의문뿐인 하루하루이지만, 또 이렇게 시간은 흘러간다. 이번주 일주일이 나에게는 가장 길고, 가장 힘든 일주일이었지만 나는 결국 또 이렇게 살아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내 안의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흘러보내고 온전히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 주는 것이다. 시간은 흘러가고, 지금 내 머리에 가득 채워진 이 슬픔과 고통의 기억들도 차차 옅어지겠지.


7. 퇴근 전 보러간 회사냥이가 눈이 아파보여 병원데려가려고 무작정 케이지를 들고 찾아갔다. (사실 그 결정까지도 엄청 고민했다. 병원도 멀고 돌아갈 일이 구만리인지라..그래도 내가 책임져야한다는 일념하에 버스타다말고 돌아갔건만..)이미 시차퇴근은 포기한지 오래고, 온갖 벌레들이 달려드는 수풀속을 헤집고,  캣잎으로 유인도 해보고 별수를 다썼다. 나때문에 같이 고생하는 직원에게도 미안하고 퇴근셔틀 놓칠새라 마음이 급했다.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않고 잡아 냥이를 들고 케이지에 넣으려는데 정말 격렬하게도 몸부림을 치더라. 이미 양 팔은 상처났고 가슴과 배까지 다 할퀴어진 채, 같이간 직원의 "놔! 얼른 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아이를 내려놓았다. 너무 서럽고 속상하고 너무 힘들어서 눈물이 절로 났다. 등은 이미 땀으로 흥건하고 팔에선 피가 나고 옷은 찢어져서 까뒤집어보네 이미 배까지 상처로 할퀸 상처로 부풀어오르는중. 퇴근 버스는 놓치고 냥이도 놓치고, 온몸은 따끔거리고 머리는 깨질 것 같고. 참 내맘대로 안되는 하루라며 애써 웃으며 가려는데 우르르 달려와 왜그러냐는 직원들의 채근에 또 눈물 폭발. 참 어렵다 사는게. 냥이야 너도 많이 놀랬지? 미안해. 길냥이인 너를 잡겠다고 무작정 덤빈 나를 용서해줘. 너도 내맘대로 못하지 당연당연.

상처만 남고 아무것도 얻지못한채 돌아온 패전병같다. 엄마에게 말하니 또 울일 하나 늘었네 라고 한다. 역시 엄마는 엄마다.
작가의 이전글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잘 버티는 중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