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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yange Oct 30. 2019

기억의 객관화: 2014년 스케줄러 발견

서랍속에서 찾은 그날의 기록

요즘따라 부쩍 책을 많이 읽는다.

운동은 안하지만,

거북목은 싫어서 독서대를 꺼내들었다.


독서대가 어디있더라.


마켓비 철제 10단서랍의 아래를 열었다.


하얀 철제서랍을

드르륵하고 여니

저 바닥에 독서대가 보인다.


진성 시절 나의 정석책을 고정시켜주던

고교시절의 기록.


어느덧 그때로부터 13년도 더 흘렀구나.



독서대를 꺼내려고보니

2014년 양지사 얇은 스케줄러가보인다.

그래봐야

스케줄러는 잘쓰지않는 나인데

넣어둔걸보면 뭔가있는게 아닐까?


2014년이라...

내가 초임 발령을 받은 시절의 기록

누군가와  함께했던 찬란하지만 아팠던 시절.


하지만 그런걸 기록했을리가.



한장 넘기니

달력이 보인다.

월간계획표에 첫 교사되고나서 만든

각종연수원 홈페이지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혀있다.


2월.

연수원에 들어가는 연수기수와 친구들의 연수원일정까지 적혀있다.


그때즈음 만났던 인연과 함께한

주말의 기록도 있다.


아픔으로 기억남아

생각할수록 유쾌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참 그러고보면

상대방은 나에게 최선을 다했었다.

피곤할법한데 먼길을 운전해

멋진 것을 보여주었고,

가장 좋은것을 경험하게 해주었다.


그시절의 나는 낭만도 있었다.


쉽게 누군가에게 의지하지못하는 나이지만

그 당시엔 많이 의지도 했었다.


잘 기억은 나지않지만,

친구들끼리 멀리떠난 남도여행지에

어두운 밤에 나를 위해

달려오는 열정까지있었던 것 같다.




발령전까지

여행도 다니며 많이 즐겁게 보냈는데

나는 후회로 기억하고 사치로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의 기록엔

참 즐겁게 보내고

행복했었음이 남아 있었다.



9월발령후엔

소름끼칠정도로 빼곡한

회의 중 메모와

매일 해야할 일이 적혀있었고

전담하는 반별 오늘 할 수업내용이 있었으며

수업에 대한 반성과 피드백,

연수받은 내용의 기록등

정말 이렇게 까지했나 싶은!!

초심자의 열정이 고스란히 있었다.


(사실 요즘은 회의때 한 중요내용은 포스트잇이나 달력에 적고

그 업무가 끝나면 바로 버린다)


요즘의 나의 기억대로라면

그냥 별거없는게 당연한데


스케줄러는 역사의 산 증인으로서


네가 이렇게 초임교사일때

설렜고

행복했고

매일 힘들지만

새로움에 기대하며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사실 내 기억에 의하면

초임 발령후에는

자신감도 떨어지고

텃세에

관리자에 온갖 스트레스로

주변 눈치보느라

마음이 많이 작아졌었던 것 같다.


스케줄러를 통해

만난

나의 과거에게 말을 건낸다.


넌 최선을 다했어.

지금의 나보다 더 열심히였네.

네가 있어서

오늘의 내가 있는거야.

네가 최선을 다해서 내가 있음을 잊지않을게.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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