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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Dec 31. 2019

동티모르에서 맞는 새해, 나는 내년에 또 무엇을.

2020년에 이루고 싶은 목표들

2020년이다. 엄청난 먼 미래의 느낌을 가지고 있어 공상과학영화 배경쯤에나 있을 것 같은 그 숫자가 다가왔다! 숫자가 주는 느낌 때문인지 2020년 지구멸망설이 꽤 돌았었는데, 내가 볼 땐 2020년에도 지구는 멸망하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는 착실하게 2020년에는 어떻게 살아갈 것이고, 무엇을 해 나아갈 것인지 뼈대를 잘 잡아둬야 할 것 같다.


나의 2020년 가장 큰 목표는 해외봉사단을 제대로 끝내는 일이다. 이제 1월 1일이 지나면 ‘올해’ 임기가 끝나고 한국으로 귀국하게 된다. 시간이 참 빠르게 흐른다. 바삐 지내는 것도 아닌데 시간이 참 잘 간다. 슬로 라이프를 살아도 패스트 라이프처럼 시간이 빠르게 간다(슬로 라이프라고 해서 절대 지루하게만 시간이 흐르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있다). 그렇기에 목표를 명확히 세우고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들을 제대로 해나가야 시간낭비를 하지 않을 수 있다.


1월 둘째 주에 개학을 한다. 그러면 나는 다시 한국어 수업을 하기 위해 복귀한다. 하루에 2~3시간 정도, 주 4~5일 일을 하게 될 것이다. 해외봉사단을 제대로 끝내는 목표에 대한 첫 번째 계획은 흥미로운 한국어 수업을 꾸리는 것이다. 한국처럼 인터넷 강의나 학원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반 아이들이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방법은 내 수업을 듣는 것이다(유일한 방법이라고는 못하겠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정말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우리 어릴 적에 어떤 과목의 선생님이 너무 좋아 공부를 열심히 해본 적 다들 한번씩은 있지 않은가. 그리고 어떤 선생님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 수업에 가기 싫어본 적도 있을 것이다. 난 적어도 친구들이 나 때문에 한국어 자체에 흥미가 떨어지는 건 최대한 모면하고 싶다.


두 번째로 건강관리다. 동티모르에서는 절대 아프고 싶지 않다. 안 그래도 객지에서 아프면 서러운 건 둘째치고 병원 다니기가 힘든데, 여기서 나는 내가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제대로 설명할 재간이 부족하다. 그리고 아직도 외국에서 병원을 다니는 일은 뭔가 못 믿음직스럽다(그들을 못 믿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혹시 의사소통의 오류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절대 아프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체력관리도 제대로 할 것이다. 아무래도 항상 땡볕인 날씨에 살고 있다 보니, 힘든 일 조금만 하면 체력이 팍팍 소진된다. 한국에 있을 땐 낮잠을 별로 안 잤는데, 요즘은 왜 이렇게 낮에 힘든지 건강관리 좀 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사실 이 사태를 대비해 한국에서 잔뜩 영양제를 사 왔다. 그렇지만 내가 누구인가. 여기 온 지 5개월이 되었는데 제대로 챙겨 먹은 건 한 달도 안될 것이다. 내년엔 무겁게 들고 온 이 영양제들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꼬박꼬박 챙겨 먹어야겠다. 그리고 자전거 타기, 산책, 집에서 근력운동도 꾸준히 해야겠다. 현재도 운동은 꾸준히 하고 있으니, 좋은 거 잘 챙겨 먹고 영양제도 잘 챙겨 먹으면, 병원 갈 확률이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세 번째로는 나만의 시간 동안 할 것들에 대한 계획이다. 일단 영어공부를 열심히 할 것이다. 작년에 영국에서 교환학생 할 때는 그래도 영어를 꽤 했던 것 같은데, 다녀온 지 일 년이 다 되어가고, 동티모르에 온 뒤로 테툼어를 공부하고, 또 한국어를 가르치다 보니 영어가 자꾸 멀어졌다. 영어만은 내가 가장 잃고 싶지 않은 것인데, 자꾸 이렇게 멀어져 가니 너무 슬프다. 더 슬퍼지기 전에 영어공부를 꼭 해야겠다. 영어를 공부했을 때 가장 크게 도움받았던 미드 쉐도잉과 표현 적고 암기하기, 뉴욕타임스 기사 분석을 매일매일 할 것이다. 이건 정말 꼭 지킬 거다. 영어는 매일매일 습관처럼.


지금도 잘하고 있는 일기 쓰기를 내년에도 해낼 거다. 일기라는 건 정말 소중한 매체다. 지난 시간을 회상할 수 있게 하고, 바래져 없어지는 시간들을 글로써 잡아주니까. 나는 그래서 내년의 내 인생도 꼼꼼하게 글로써 잡아둘 거다. 내 감정들도 잡아둘 거고, 내 생각들도 잡아둘 거고, 나에게 생기는 모든 일들을 잡아둘 거다. 하루하루가 모여 내 인생이 되는 거니까.


브런치에 글 쓰는 걸 꾸준히 할 거다. 꼭 지키고 싶은 목표다. 물론 위에 있는 목표들도 꼭 지키고 싶지만, 이 목표는 뭐랄까. 조금 더 결의에 차있는 목표랄까. 글을 잘 쓰고 싶은 나의 깊은 꿈을 천천히 이뤄낼 거다. 앞으로 나의 행보를 지켜봐 주시라.


이 글을 읽는 분들 모두 2020년에는 행복한 일들이 많이 오길, 슬픈 일이 와도 그걸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기고 금방 다시 행복해지시길, 첫째도 행복 둘째도 행복 셋째도 행복하시길. 뜻하지 않은 행복한 일들이 불쑥불쑥 찾아와 기분 좋아지는 하루가 많은 2020년이 되시길 바라요. 2019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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