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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이랑 Feb 28. 2021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너에게

언제나 널 응원해

'여덟 밤 남았네, 일곱 밤 남았어......세 밤 남았다'

빨리 학교 가고 싶다며 입학식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너에게 엄마의 소회를 들려줄까 해.  


너의 입학을 앞두고 요즘 엄마가 알아야 할 것들, 엄마가 준비해야 할 것들이 알리미, 밴드를 통해 오고 있어. 준비물을 알려줬더니 엄마의 손은 한 번도 빌리지 않고 책가방에 챙겨둔 너를 보며 '역시 내 딸이구나' 싶어. 서너 살 때부터 네 물건을 어찌나 야무지게 잘 챙기던지 어른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거든.

 

그 이전에도 월령에 맞는 발달과정을 문제없이 보여줘서 엄마 아빠가 걱정할 일이 없었어. 80일에 뒤집기를 했고 돌잔치 때 치아 여덟 개가 나 있었고 돌이 지나니 혼자 걷기 시작하고 18개월부터 어느 정도 대화가 되기 시작했거든. 뭐든 씩씩하게도 잘했어. 예방접종 때도, 미용실에서 처음 머리카락을 자를 때도, 어린이집에 첫 등원할 때도 울지도 않고 얼마나 잘했는지 몰라.


그랬던 너이기에 네가 유치원에 갈 때도 특별히 걱정하진 않았어. 낯선 환경이 불편했는지 빈뇨증을 겪긴 했지만 그것 또한 잘 이겨냈지. 9개월 무렵부터 감기만 걸리면 중이염이 함께 와서 약을 자주 먹었는데 원인을 알고 수술을 하게 됐어. 간단한 수술이라고는 했지만 엄마도 살면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수술을 어린 내 딸이 하게 된다는 생각에 긴장이 됐던 건 사실이야. 너도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특유의 긍정 바이러스로 잘 극복하는 모습이 참 대견했어. 아프다, 아프다 하면 더 아프고 안 아프다, 안 아프다 하면 정말 안 아플 거라고 말해주니 '안 아프다, 안 아프다'를 주문처럼 외웠던 거 기억해? 덕분에 금세 회복하고 유치원에 갔지. 엄만 무엇보다 수술 이후로 입 벌리고 자던 습관이랑 코골이가 사라져서 얼마나 안도했는지 몰라. 감기도 잘 안 걸리고 말이야. 앞으로도 조금 버거운 일과 마주하게 되면 주문을 외워봐. 아빠가 가르쳐주신 주문 있지?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나를 사랑해.'


누구는 벌써 글을 읽고 학습지를 몇 개 하고 무슨 학원을 다닌다는 말을 들으면 '내가 너무 아무것도 안 시키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 한글은 일곱 살에 가르쳐도 된다는 말을 믿고 기다렸더니 유치원에서 받아온 자극으로 자연스럽게 습득이 되더라?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육아에 대해선 확신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데 친구들 이름을 쓰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동생을 옆에 앉히책을 읽는 널 보면 엄마가 세운 기준을 계속 밀고 나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손가락, 발가락 없이는 덧셈과 뺄셈이 어려운 너이지만 그래도 괜찮아.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드물거든.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하나씩 천천히 알아가자.


네가 여덟 살이 되고 정말 훌쩍 커버린 느낌이야. 엘리베이터 타고 나가면 바로 옆 출입구에 위치한 미술학원에 혼자 가겠다며 따라오지 말라고 하더니 며칠 전엔 집에 혼자 오겠다며 데리러 오지 말라고 했잖아. 엄마 되게 의연한 적 했었는데 사실 네가 집에 도착할 때까지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몰라. 요구르트를 혼자 사보겠다며 돈을 쥐고는 엄마는 차에서 기다리라고 하고 음식점에서 필요한 게 있으면 꼭 네가 가서 말하고 싶어 하잖아. 작년까지만 해도 '엄마가 말해줘'라고 부끄러워하던 녀석이 말이야. 1년 사이에 용기가 많이 생겼다, 그렇지? 엄마가 이불속에서 게으름 피울 때는 거실 정리를 해놓기도 하고, 화장실 간 틈에는 잽싸게 동생을 씻겨 놓기도 하고, 작은 의자 하나 가지고 와서는 설거지하고 싶다고 조르는데 두어 번 해보더니 실력이 일취월장이야. 그래도 주방일은 엄마 영역이니 넘보지 말아줘. 네가 어른이 되면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들이 많을 텐데 벌써부터 설거지는 안 했으면 좋겠어.


오늘 아침부터 외가에서 하루 자보겠다며 짐을 바리바리 챙겼지? 동생한테도 '하루만 누나랑 떨어져 지내보자, 내일 만나자'하며 호기롭게 나서는 널 외가에 데려다주고 왔더니 이게 웬걸? 두 시간 만에 전화가 올 줄이야. 분명 엄마는 네가 결정하면 다음 날 데리러 갈 거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혹시가 역시가 된 순간이었어. 너도 결정을 번복한 사실이 무안했는지 자꾸 말을 돌리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몰라. 실수해도 괜찮고 틀려도 괜찮은 거야. 엄마도 그런 적 있고 누구나 그러면서 크거든. 나중에 다시 용기를 내서 외가에서 자보겠다고 했지? 그때가 언제든 기다려줄 테니 오늘 일이 너의 마음속에 부담으로만 남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거 알아? 너에게 다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엄마 아빤 우리 딸 학교 들어가서도 정말 잘할 것 같다고, 걱정이 하나도 안된다는 대화를 나눴어. 며칠 전 엄마표 졸업장과 함께 받은 상 이름 기억하지? 똑순이상. 집에서나 밖에서나 똑 부러지는 너라서 엄마 마음을 이리도 편안하게 해 주니 정말 고마워. 며칠 전부터 네가 느끼고 있는 설렘이 학교 가는 즐거움과 학교 생활의 안정감으로 자리 잡길 바라. 엄마가 열심히 응원할게.

"내 딸,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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