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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이랑 Mar 08. 2021

새 학기 첫 주를 보내고

아침 준비 시간 적응기

세 살 터울인 나의 아이들. 코로나 2년 차에 첫째는 초등학교, 둘째는 유치원에서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까지는 매일 등교하는 대상에 포함되어 두 아이 모두 아침마다 집을 나선다. 불안한 마음이 없지는 않지만 마스크 챙기기, 손씻기는 누구보다 잘하는 아이들이라 별일 없을 거라 믿고 아침 전쟁을 치르고 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가장 걱정되었던 부분이 아침 준비 시간이었다. 늦어도 8시 30분까지는 모든 준비를 맞춰야 지각하지 않고 첫째를 데려다줄 수 있다. 잘할 수 있을까? 작년에는 첫째의 유치원과 둘째의 어린이집이 같은 아파트 단지 안에 있었다. 차량 운행이 없는 가정 어린이집이라 내가 직접 운전해서 아이들 등하원을 해결했기에 시간에 쫓길 일은 없었는데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리저리 머리 굴려 고민해봐도 결론은 하나였다. 8시 30분까지 둘째도 유치원에 갈 모든 준비를 마친 후 첫째의 등굣길을 함께 하는 것. 밥을 먹는 건지 마는 건지 도대체 밥 먹을 생각은 있는 건지, 밥 먹을 때마다 나의 진을 쏙 빼놓는 둘째를 데리고 그 시간까지 모든 준비를 마칠 수 있을까? 머릿속이 까마득해지는데 학교에서 보낸 알리미가 울린다. '워킹스쿨버스'를 원하는 사람은 회신을 하라는 메시지였다. 낯선 용어에 이게 뭔가 하고 들여다보니 안전지도사의 인솔 하에 아이들을 학교까지 데려다주는 제도란다. 시에서 지원해주기 때문에 비용은 무료. 두 개의 코스가 있었는데 모이는 장소에 우리 집 앞이 있다. 당연히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던 등굣길인데 '워킹스쿨버스' 제도를 이용하면 둘째 등원 준비에 여유가 생길 것이 분명하다. 첫째에게 의견을 물어보니 쿨하게 오케이 해준다. 첫째를 학교까지 데려다 줄 필요는 사라졌지만 모이는 장소에 늦지 않으려면 (넉넉히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시간까지 계산해)8시 30분에는 집 밖으로 나와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며칠의 아침을 치렀다. 첫째는 잘 달궈진 고데기로 단발머리 끝부분을 살짝 말아주고 옷 고를 때 참견해 주는 정도면 더 이상 손 가는 게 없다. 문제는 둘째였는데 '숟가락 들어', '반찬만 먹지 말고 밥도 먹어야지', '물고 있지 말고 냠냠 씹어', '누나 갈 시간 다 되어가. 얼른 먹자', '빨리 안 먹으면 같이 못 나가'를 반복하다 보니 제법 밥 먹는데 속도가 붙고 있는 느낌이다. 아침식사라는 큰 산만 넘으면 다음 단계는 수월하다. 밥을 다 먹은 둘째는 내복 차림에 두터운 외투만 입고 누나를 배웅하러 1층으로 나간다. 유치원 버스가 오기까지 20분의 시간이 있어 다시 집으로 돌아와 양치를 하고 옷을 입는다.


걱정했던 아침 준비 시간은 며칠 만에 자리를 잡았다. 보호자인 내가 해야 하는 '건강상태자가진단'을 자꾸 깜빡하는 것은 빼고 말이다. 문제는 아이들이 아니라 전전긍긍하고 있었던 내가 아니었나 싶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집 앞인데 데려다줘야 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안 그래도 엄마 도움 없이 해보고 싶은 게 부쩍 많아진 첫째는 등교 두 번 해보고는 혼자 가면 안되냐고 물어보지만 아직은 절대 허락할 수 없다. 사실 거실 창문으로 등굣길이 훤히 보이지만 집 앞 도서관 건물에 가려진 사거리도 건너야 하고 예측 불가능한 '만의 하나' 때문에 불안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3월이 되면 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첫째 하교 시간이 12시일 줄이야. 커피 한 잔 마시고 집안일을 하다 보면 브런치도 운동도 꿈도 못 꾸지만 매일 등교함에 감사, 점심 한 끼 먹고 옴에 무한한 감사를 느끼며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여유로운 아침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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