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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이랑 Apr 27. 2021

그냥 그러고 싶어서

브런치 작가님을 만나다

그날도 브런치에 들어와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고 있었다. 카페를 운영하시는 작가님의 글이 인상적이었는데 카페의 분위기가 머릿속으로 그려지면서 어떤 마음으로 운영을 하고 계신지 알고 나니 '아, 여기 가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트를 누르고 댓글을 남겼다.

'(생략) 카페가 어디에 있나요? 가깝다면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요.'

하루가 지나고 작가님의 댓글이 달렸다. 어? 내가 사는 지역이네? 같은 시(市)라도 내가 움직이는 반경이 아니라면 방문하기 쉽지 않은데 어? 지난주에 딸내미 사마귀 치료를 위해 다녀온 피부과 옆이라니!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전 유치원 버스에 아이들을 보내고 육아 동지들과 자주 찾던 카페가 있었다. 당시 세 살이었던 둘째를 참 예뻐하셨고 늘 한결같이 맞아 주시고 배웅해 주시던 사장님이 계신 곳이었다. 단골 카페가 작년에 문을 닫아 아쉬움이 계속 남아있었고 사장님은 잘 지내고 계신지 종종 생각이 나던 차였다. 그래서 더욱 갈구하는 느낌으로 작가님의 카페에 가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오전 둘째까지 보내고 들어와 어질러진 집 안을 대강 정리하고 소파에 앉았다. 창밖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밤부터 비가 올 거라는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오늘 가야겠다 싶었다. 작가님께 인스타그램 댓글로 지금 가겠다 말씀드리고 출발!


분명 호기롭게 나섰는데 카페에 점점 다가갈수록 손바닥이 촉촉, 아니 축축해졌다. 긴장이 됐던 건 사실이다. 사진으로 보던 그 카페가 내 눈 앞에 나타났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작가님인지 아르바이트생인지 알아차리기가 힘들었다.

"사장님이세요?"라고 물으니 작가님이 한눈에 알아봐 주셨다. 긴장한 탓에 눈도 잘 못 마주치고 횡설수설하며 QR체크인을 하고 파스타 샐러드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책을 읽다 가야겠다고 생각했기에 책도 한 권 골랐다.


며칠 전 첫째가 "엄마, ○○엄마랑 친해지고 싶지 않아?"라고 물은 적이 있는데 "아니, 그냥 자연스럽게 친해지면 모를까 일부러 '○○엄마랑 친해져야지'라는 생각으로 만나고 싶진 않아"라고 대답해 준 일이 있었다. 그만큼 결혼을 하고 30대가 된 이후로는 '내 주변에 있는 사람만이라도 잘 챙기자'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다른 사람과 연을 맺는 것에 대해 관심이 없었고 그럴 기회도 적을뿐더러 기회가 오더라도 내가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으면 그 기회마저 사라져 버리는 현실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조금 달랐다. 그 카페에 가서 작가님과 인사라도 나눠보고 싶었다. 어디서 무슨 용기가 샘솟은 건지는 여전히 오리무중. 온라인으로 처음 사귀고 오프라인으로 만난다? 20대 초반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주문했던 메뉴를 작가님께서 직접 가져다주셨고 내가 고른 책은 <안녕, 여행>이라는 제목의 채지형 작가님의 여행 에세이였다. 브런치와 함께 하기에 적당한 책이었고 기억하고 싶은 구절이 있어 사진으로 남겨 놓기도 했다. 평소 좋아하는 드레싱이 곁들여진 색감 예쁜 샐러드도, 고소한 맛의 시원한 커피도 다 좋았다. 출입구를 열어 놓고 커피를 볶으셨는데 그 냄새마저 킁킁거릴 정도로 좋았다. 눈도 입도 만족 중인데 코까지 만족. 혼자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 브런치를 먹고, 고개를 들어 지하철 출입구로 드나드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다시 고개를 숙여 여행 에세이를 읽는데 이건 마치 그동안 가보고 싶었던 낯선 도시에 여행 온 듯한 기분이었다.

이 좋은 분위기를 더,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더 느끼고 싶었지만 자꾸 시간을 확인하게 된다. 지금 일어나야 첫째 하교 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있기에 작가님께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아이들 주라며 손에 쿠키를 들려주신다. 감사하게 받아 들고 나와 다시 호기로운 발걸음으로 되돌아 간다. 뭐지?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만나 뵙기를, 방문해 보기를 참 잘했다 싶었다.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행복이 온몸을 휘감았다.
이제 작가님의 글을 읽을 때면 더욱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신나는 기분마저 든다. 

딸내미 다음 사마귀 치료 때 꼭 한 번 들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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