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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이랑 Jul 26. 2021

코로나 때문에 흘린 눈물

2주 전 수도권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었다. 아이들의 등원, 등교가 중지되면서 우리 집에도 비대면 수업을 해야 하는 학생이 나오게 되었다.

작년에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조카를 하루 봐주느라 휴대폰으로 (zoom) 수업하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는데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 아이들은 나름대로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발언을 하는데 여러 명이 동시에 말을 하니 정확히 알아듣기가 힘들었고 그 말들마저 마침표 없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내 아이들은 그저 처음 보는 모습이 신기한지 자꾸만 카메라 앞을 기웃거리는 통에 쉼 없이 제지를 해야 했다. 그런 난리에도 선생님은 적당히, 단호하게 아이들의 길어지는 말들을 잘라내고 계셨다. 선생님 참 힘드시겠다는 생각에 15년 넘도록 초등학교 교사를 하고 있는 친구에게 안부차, 위로차 연락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난리를 또 보겠구나 예상하며 첫째의 첫 번째 줌 수업이 시작되었다. 교실이 아닌 방에서, 직접 대면이 아닌 화면으로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 수업에 참여하는 게 얼마나 어색할까. 나의 기우와는 달리 첫째는 매우 의젓하게 수업에 임하고 있었다. 수업 중반쯤 이르자 몸을 배배 꼬기도 하고 의자를 빙글 돌리는 등 힘들다는 표현을 하고 있었지만 선생님의 '음소거해주세요, 음소거 해제해 주세요, 누구 발표해 보세요'의 지시에 오차 없이 잘 따르고 있는 모습이 대견했다. 조카와 첫째의 줌 수업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는 학교를 띄엄띄엄 갔던 작년과 매일 등교를 했던 올해에 있겠구나 결론 내리며 4반 친구들 멋지다고, 우리 첫째 정말 멋지다고 온 마음 다해 칭찬을 해주었다.

줌 수업 중인 첫째와 누나가 궁금한 둘째


그새 적응이 되었는지 줌 수업 둘째 날은 방에 들어가면서 나에겐 '엄마, 나 시작할게', 동생에겐 '누나 수업하고 올게'라고 말하는 첫째가 정말 예뻤다. 줌 수업 셋째 날엔 학부모 참관 수업이 있었는데 내 아이 뒤에 멀찍이 떨어져 앉아 모니터를 함께 보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런 날들이 2주째 이어지면서 시 창작 수업과 지난달에 시작한 필라테스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하루 종일 아이들에게 에너지를 쏟다 보니 육퇴 후에 브런치를 마주할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아 글쓰기를 외면한 건 사실이다. 나도 이럴진대 아이들도 같은 마음이었나 보다. 첫째의 줌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누나가 뭐하는지 궁금하고, 화면에 아는 누나의 얼굴이 있으니 신기하고, 누나 옆에 가면 자기 얼굴이 화면에 나오는 게 재미있어서 둘째는 자꾸만 첫째가 있는 방으로 돌진했다. 그 돌진을 막기 위해 요즘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인 미니 특공대를 틀어주기도 하고 함께 공룡놀이를 하며 한 시간 반을 보내곤 했다. 8세, 5세가 되니 둘이서 워낙 잘 놀기도 하지만 첫째는 엄마보다 더 동생을 잘 챙기기도 하고 둘째도 누나를 엄청 좋아한다. 피아노 학원에 갔던 첫째가 돌아오면 '누나 보고 싶었어' 하며 둘째가 달려가 와락 안긴다. 


그날은 유독 둘째가 첫째를 귀찮게 했다. 누나가 하지 말라고 싫다고 말하면 멈춰야 하는 거라고 장난꾸러기 최고 레벨을 달리고 있는 둘째와 새끼손가락까지 걸고 약속했다. 5분도 채 안된 것 같은데 첫째의 외침이 들린다.

"내가 하지 말랬지!!!"

둘째에게 엄마랑 방금 약속해놓고 왜 그러냐며 다그쳤다.

"엄마, 나 혼자 있고 싶어"

"그럼 방에 들어가서 잠깐 있다 나올래?"라고 말하는 사이 둘째가 냅다 그 방에 들어가 자기 자리(2층 침대의 1층)에 눕는다.

방으로 들어간 첫째가 다시 외친다.

"아니, 좀 나가라고!!!"


둘째를 데리고 나와 첫째가 잠시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그리곤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첫째가 둘째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면 안된다고 조용히 이야기하는 것 같았는데 둘째의 울음 섞인 말이 들려온다.

"누나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엉엉."

나에게 다가와 계속 우는 동생의 눈물을 보고 감정이 복받쳤는지 첫째도 눈물을 터뜨리고 만다.

"엄마, 나 진짜 코로나가 싫어. 나 친구들 만나고 싶은데 친구들도 못 만나고. 엉엉."

아이들의 우는 얼굴을 보니 내 눈에서도 뜨거운 게 왈칵 쏟아졌다. 나 힘든 줄만 알았지 내 아이들의 힘듦은 살피지 못한 미안함의 그것이었다. 거리두기 4단계에 폭염까지 찾아와 외출은 힘들지만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 엄마가 해주는 삼시 세 끼에 간식까지 먹는 아이들을 보며 '걱정 없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내 아이들이 응어리를 안고 있었구나. 미안하고 미안했다.


이 계절 지나면 나아지겠지, 내년엔 좋아지겠지 하며 기다렸지만 일일 확진자 수는 또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아이들의 얼굴은 마스크를 쓰지 않는 이마부터 눈 아래까지만 까맣게 그을렸고 며칠 뉴스를 함께 보던 첫째는 '코로나 안 없어지겠네'라는 말을 표정 없이 내뱉었다. 


첫째의 1학기 수업이 모두 끝이 나고 여름 방학이 시작되었다. 내 아이들 가슴속에 있는 응어리가 더 커지지 않도록 내가 더 단단해져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여름 휴가 계획은 없지만, 갈 수 있을지 기약도 없지만 9월엔 친구들이 보고 싶다며 우는 일은 제발 없기를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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