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일하게 챙겨보는 드라마는 매주 목요일에 방영하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다. 시즌1에서도 그렇게 울고 웃게 하더니 시즌2에서도 역시나다. 시즌1에 비해 선곡이 다소 아쉽지만 드라마에 대한 애정만큼은 변함없이 매우 즐겁게 시청하고 있다. 최근 방영된 4회에서는 웃기기보다는 울리기로 작정한 듯했다. 몇 개월 째 바드(심실보조장치)를 단 채 심장 이식을 기다리는 은지의 엄마는 입원한 지 얼마 안 된 민찬이의 엄마가 눈에 들어온다. 당장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마음을 단단히 부여잡고 씩씩하게, 웃는 얼굴로 민찬이 엄마를 위로한다. 그러다 민찬이가 먼저 심장이식을 받게 되었고 이내 무너져 내린 은지 엄마는 야외 정원에 앉아 목놓아 울며 참아왔던 감정들을 쏟아낸다. 민찬이 엄마는 은지 엄마를 위로해주고 싶지만 어떻게 말을 건네야 할지 몰라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곤 했다. 드디어 심장 공여자가 나타나 은지가 이식 수술을 받게 되었고 그 소식을 알게 된 민찬이 엄마는 보호자 대기실 앞에서 은지 엄마를 기다린다. 은지 엄마를 발견한 민찬이 엄마는 눈물을 터뜨리며 너무너무 축하한다고, 수술 잘 될 거니까 걱정 하나도 하지 말라고 진심으로 위로를 하고 그 위로에 웃는 얼굴로 고맙다고 화답하는 은지 엄마의 모습을 보며 나도 그들과 함께 울었다.
웃으며 화답하는 은지 엄마의 모습
내 새끼가 아파 대학병원에 가야 할 일이 생기면 그 아픔의 크기와 상관없이 부모의 심경은 매우 복잡해진다. 단순 진료도 이럴진대 아이를 중환자실에 입원시킨 부모의 마음은 오죽하랴. 드라마지만 현실 반영이 적극 되어있는 이번 에피소드를 보며 내 새끼가 건강하게 태어난 것, 지금까지 큰 탈 없이 건강하게 잘 자라주고 있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자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리고는 뇌리에 콕 박혀버린 며칠 전의 일이 떠올랐다.
시어머니는 왼쪽 네 번째 손톱에 어둡게 변한 일부가 2년이 다 되도록 없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동네 피부과를 찾았고 의사는 보자마자 대학병원에 가보라며 진료의뢰서를 써주었다고 했다. 흑색종이 아닐까 걱정하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대학병원 피부과에서 대기 중이었다. 피부과 맞은편은 정신건강의학과였는데 밖에서 우는 소리가 들리길래 아이고, 어린아이가 무서워서 우나 보다 생각하고 말았다. 시어머니의 손톱을 살펴본 의사는 지금 상태로는 악성으로 의심되는 상황이 전혀 아니니 걱정하지 말고 3개월 후에 다시 보자고 했다. 안심하며 진료실을 나왔는데 나오자마자 마주한 장면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쯤으로 보이는 남학생이 퍽퍽 소리가 나도록 자신의 관자놀이를 주먹으로 치고 있었다. 내가 조금 전에 들었던 울음소리는 그 남학생이 내는 소리였다. 바로 옆엔 엄마로 보이는 보호자가 있었고 나는 보호자의 얼굴을 보자마자 바로 얼굴을 돌렸다. 무표정의 어두운 낯빛.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이제 그만 멈추라는 듯 아들의 팔을 잡아끌었지만 주위에서 쏘아대는 시선을 감당해보기 위한 의미 없는 몸짓으로 보였다. 무인수납기에서 결제를 마치고 뒤돌아 나오는데 그 모자와 또 마주했다. 남학생은 이번엔 반대쪽 관자놀이를 치고 있었고 내 눈엔 숨통이 트인 관자놀이가 들어왔다. 퍼렇게 멍이 든 자리에 벌겋게 부어 있는 관자놀이. 장소는 바뀌었지만 이번에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한 곳을 향하고 있었고 혹시라도 나의 시선이 그 모자의 불편함 혹은 불쾌감에 일조라도 할까 싶어 얼른 자리를 빠져나와 시어머니가 계신 곳으로 향했다. 그 남학생은 왜 자신의 관자놀이를 혹사시키는 것일까. 그런 행동을 갖고 태어나지는 않았을 텐데 남학생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의학적 지식이 전무한 내가 봤을 때 뚜렛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 같았다. 관자놀이를 혹사시키며 옅은 울음을 계속 토해내는 걸 보면 본인도 굉장한 괴로움을 겪고 있는 것 같은데 부디 잘 치료가 되어 모자 모두 편안함에 이르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야식을 끊고 필라테스를 시작한 것과 남편이 생전 관심 없던 영양제를 챙기고 채소 반찬을 골고루 먹기 시작한 것은 건강을 위해서다. 우리 부부가 건강해야 우리 아이들도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고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건강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으니까.
건강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겨 볼 수 있게 해 준 드라마와 병원에서 만난 모자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시어머니의 손톱도 영원히 악성이 아닌 단순한 점으로 남기를 바라며 내가 아는 모든 이들,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이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를 기원하고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