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들까, 줄어들까, 당장은 줄어들지 않아도 좋아질 거라는 희망은 늘 품고 있었는데 이제는 희망의 끈은 끊어지고 절망만 남은 듯 처참한 기분이다. 좀처럼 줄지 않던 코로나19 확진자수가 하루 2천 명을 돌파했다. 전국이 대부분 3단계, 4단계를 유지 중인데 코로나 확진자가 폭등하는 걸 보고 있자니 이제는 화가 난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극성이라지만 방역수칙을 지켰으면 이 지경까지 왔을까, 잘 지키는 사람들만 박탈감을 느끼는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지난달 <킹덤:아신전>을 본 남편의 제안으로 뒤늦게 킹덤 시리즈를 보게 되었다. 지금까지 좀비물이라고는 (TV 특선영화나 영화채널을 통해 본) 영화 <부산행>과 <반도>, <#살아있다>가 전부였고 판타지물엔 흥미가 없어 해리포터 조차 안 봤는데 <킹덤>은 달랐다. 5년 전 본방 사수하며 시청했던 드라마 <시그널>의 그 작가님이라는 것과 방영 당시 넷플릭스 추천 1순위라는 소문 정도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징그럽고 무섭다고 여겨지는 것을 굳이 귀중한 육퇴 후의 시간을 내어 볼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랬던 내가, 다음 날의 육아를 위해 늦어도 열두 시에는 침대로 가는 내가 한편 더? 한편 더? 하다가 3일 만에 시즌1과 시즌2를 끝냈다. 물론 <킹덤:아신전>도.
출연진도 어마어마하고 세트장도 어마어마하고 CG까지 꽤나 생동감이 넘쳐 '와, 대단하다', '와, 저걸 어떻게 찍었지', '와, 연기 장난 아니네' 등의 감탄사들이 입을 틀어막을 새도 없이 튀어나왔다.
죽은 사람에게 생사초라는 약초를 쓰면 좀비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 인간의 살과 피를 탐하게 되는데 그로 인해 좀비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그 괴기한 역병을 막으려는 자들의 처절한 분투를 그려낸 <킹덤>을 보며 결국 인간이 인간을 공격하는 모양새가 현재의 코로나19 시국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킹덤의 좀비들은 오로지 자신이 살기 위해 인간을 탐하고 코로나19 확진자들은 자신이 감염된지도 모른 채 전염시킨다는 차이는 있지만 결국 다른 사람까지 병들게 한다는 점은 같은 맥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킹덤>에선 이창과 그를 따르는 이들의 기지로 역병이 자취를 감추고 7년 후의 모습을 보여준다. 역병을 겪었던 과거는 저 깊숙한 곳에 묻어두고 평온한 삶을 살아가는 듯했으나 어린 왕이 물렸던 흉터에서 기생충이 천공으로 타고 올라가는 장면이 나오면서 다시 역병이 발발할 것임을 암시했다.
뉴스를 보면 전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종식은 힘들 것이다, 우리는 감기에 걸리듯 평생 코로나바이러스와 살아가야 할 것이다, 모든 국민이 백신을 맞아도 집단 면역은 불가능할 것이다 등의 견해를 내놓고 있다. 정말 '종식'은 없는 것일까?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두 번이나 연장되면서 하루 종일 아이들과 부대끼며 지낸 지 한 달이 되었다. 작년에도 겪어봐서 힘들지 않다고, 내가 내 아이들을 지킬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끊임없이 자기 암시를 하고 있지만 집에 있으면서도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오늘도 둘째의 괴성에 귀가 먹먹해지고 머리가 지끈거려 안방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엄마 눈치 보는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그 사이 동생 챙기는 첫째가 짠하지만 우리 셋, 공존의 삶을 위해서는 내 몫도 챙겨야만 하루를 버틸 수 있다.
인터넷에서 본 인도의 한 소년이 예언한 대로 내년 5월에는 마스크 없는 삶을 맞이하기를, 기적적으로 코로나19가 종식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