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이랑 Nov 09. 2021

눈물의 출판기념회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를 목격하다 후속 편

집 앞 도서관에서 6월부터 시작되었던 시() 창작 수업이 끝났다. 거리두기 4단계 이후 비대면으로 수업을 듣다가 시월의 마지막 목요일 출판기념회가 있어 오랜만에 도서관 강당으로 향했다. 그간 뵙지 못했던 사서 선생님과 어르신들, 두 번째 강사로 활약해 주신 이병일 작가님을 뵈니 반가움에 기분이 들떴다. 겉으로 표현은 전혀 못했지만 말이다.

도서관 관장님 작가님의 축사 이후 시 낭독을 희망하셨던 분들이 차례대로 앞에 자리하셨다. 1번 타자로 나오신 분은 지난 글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에서 날 자꾸 울컥하게 만드셨던 어르신이었다. 가장 연장자이신 어르신은 마치 아이가 웅변하는 듯한 자신감을 장착하시고는 길고 긴 자작시를 외워서 낭송하셨다. 울림 있는 목소리로 '시니어 인생의 꿈'을 낭송하시는 모습을 보 그 열정과 위대함에 울컥하더니 내가 이 강당 안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속에서 뜨거운 것이 자꾸만 넘실거렸다.


낭송 시간이 끝난 후에는 한 사람씩 돌아가며 소감을 발표했다. 앉은자리에서 발표한 어르신들과 달리 나는 일어서서 해도 되냐고 묻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실 시에 관심은 없었지만 대체 시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수업을 신청했고 배우면 배울수록 어렵지만 시 보다 더욱 값진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는 것을 손수 보여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라고 말하는데 목소리가 리기 시작하고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이기 시작했다. 나의 소감 발표가 끝나자 사회를 보시던 사서님께서 갑자기 마이크를 드시더니 본인도 지금 눈물을 참느라 힘들다고 고백하시고는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잠시 자리를 벗어나셨다. 그런 수업이었다. 나는 정말 그것으로 충분했다. 졸음을 이겨내느라 힘든 적도 있었고 유튜브를 틀어놓고는 눈에 보이는 집안일을 해결하기도 했다. 열정적인 수강생은 아니었지만 매주 과제를 제출하려고 머리를 쥐어짰고 그 결과 다른 분들의 시와 함께 자작시 세 편이 실린 책이 출판되었다.

소감 발표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지금 다시 소감을 말하라면 이런 말도 덧붙이고 싶다. 선생님(어르신)들께서 자꾸 창피하고 유치원 수준이라고 말씀하시는데 그런 말씀 마세요. 고뇌의 결과물이기에 시 한 편, 한 편 모두가 정말 멋집니다. 감히 제가 따라갈 수가 없어요. 코로나만 아니면 떡도 고구마도 가져와 선생님들과 나눠먹고 싶고 도서관 길 건너 공원 벤치에 앉아 따듯한 커피와 함께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한없이 듣고 싶었습니다. 

비록 하고 싶은 말은 다 전하지 못했지만 어르신들을 보며 느낀 내 마음은 전달이 었으리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단체사진을 찍는데 말 한마디 나눠본 적 없는 어르신들이 나에게 말씀하신다.

"아이고, 예쁘다.'

"우리의 희망!"


이 짧은 글 하나 쓰는데도, 출판기념회가 끝난 지 2주가 다 되어 가는데도 자꾸만 흘러내리는 눈물을 참을 길이 없다. 아무래도 시 창작 수업이 나에게 커다란 울림을 준 모양이다. 이렇게 수도꼭지로 만들어 버리다니, 이 글을 빌어 다시 한번 시 창작 수업 관계자분들께 감사를 전한다.

작가의 이전글 여덟 살 인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