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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이랑 Jan 25. 2021

잠자리 독립 만세

수면의 질이 올라감

지난 금요일, 드디어 아이들이 잠자리 독립에 성공했다.

올해 초등학생이 되는 첫째에게 친정엄마가 입학 선물이라며 2층 침대를 사주셨고, 침대가 생기면 그곳에서 자겠다고 약속했던 첫째는 '엄마 한 번만' 수법으로 계속 안방에서 자길 며칠 째였다. 이러다간 끝이 안나겠다 싶어 침대에서 못 잘 거면 어서 말하라고, 자리만 차지하니 다시 팔아야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렇게 말해놓고는 미안한 마음에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딨어, 우리 오늘부터 연습해보자고 했던 첫날, 2층에서 동생을 재우고 1층에 내려와 자기를 재워달라던 첫째는 동생보다 먼저 잠이 들었다.

 



휴대폰을 뒤적거리다 1년 전에 저장해 놓은 메모가 눈에 들어왔다. 둘째를 출산한 지 2년이 한참 지났음에도 편안한 수면을 보장받지 못함에 대한 불만과 새벽에 깨서 엄마를 찾는 둘째에게 잠은 각자 자리에서 자는 거라며 매정하게 내뱉어 버린 주워 담지 못하고 반성하는 내용이었다.

안방 침대의 곁에는 첫째가 태어난 이후엔 이불 한 채가, 둘째가 태어난 이후엔 이불 두 채가 항상 자리하고 있었다. 새벽에 깨는 아이들을 다시 재우는 건 언제나 나의 몫이었다. 남편은 그만큼 잠이 들면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못 듣기도 했고 아이들 역시 아빠보다는 엄마 품을 원했다. 새벽에 모유수유를 하고 수시로 다시 재워줘야 하는 시기는 지났지만 문제는 남아 있었다. 기저귀를 졸업한 둘째가 "엄마, 나 쉬했어."라며 깨기라도 하면 이불을 갈고 아이를 씻겨야 하는 것, 베개를 들고 침대 위로 올라와 나의 잠을 방해하는 것 말이다. 게다가 나의 아이들은 알람이 필요 없는 아침형 인간이기에 내 소원은 잠을 푹 자는 것, 아침에 늦잠을 자는 것이었다.




어제는 남편과 함께 빛이 바래고 커버를 벗기면 아이들이 그린 지도의 흔적이 남아 있는 그 이불들을 제일 커다란 종량제 봉투에 꾹꾹 눌러 담았다. 지켜보던 첫째가 이불에게 인사를 하기 시작한다.

"이불아 잘 가, 내 이불 안녕."

둘째도 덩달아 누나를 따라 말하며 정들었던 이불과 이별 의식을 행한다.

이불 두 채를 정리하고 시원하진 안방을 보니 속이 다 시원하다.


어둠 속에서 둘째가 부르는 "엄마~~~" 소리에 두어 번은 자다가도 발딱 일어나 2층 침대의 2층으로 올라가야 하지만 머지않아 내 소원인 꿀잠의 시간이 올 것을 알기에 '으이그, 엄마 껌딱지!'하고 웃어넘기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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