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이랑 Mar 16. 2022

우리 집에 찾아온 불청객

피해 가고 싶었다. 남들 다 걸려도 우리는 살아남자고,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며 아침마다 온 가족의 유산균과 홍삼을 챙겼다.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기분이었지만 코로나 확진자가 20만 명을 넘어도 남의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매일같이 검색하던 '코로나 확진자'의 그래프가 하루 새 놀랄 만큼 솟아 30만 명을 넘어가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조카 두 명이 확진이라는 연락을 받았고 매일같이 만나던 이웃에서, 몇 년 만에 만나 반나절 함께한 친구네서 릴레이 확진이 일어나고 있었다.


학교에서 돌아온 첫째의 표정이 영 안 좋다. 무슨 일 있었어? 급식에서 나온 쌀국수는 어땠어?라고 묻는 나의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은 몰라, 별로야. 그러더니 힘들다며 학원 가길 자꾸 미룬다. 어지간해선 힘들다, 피곤하다는 소리를 하지 않는 녀석인데 이상하다 싶 혹시 열나니? 하며 체온계를 건넸다. 다시 돌아온 체온계에 찍힌 숫자를 보자마자 '왔구나' 싶었다. 맞이하고 싶지 않았던, 끝까지 피해 가고 싶었던 불청객, 코로나. 누군가 이런 표현을 했다. 다 맞아야 끝나는 피구게임이라고. 사력을 다해 피했지만 피구공에 맞은 선수가 기어코 우리 집에서 나오고 말았다. 자가진단키트는 이틀 연속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고열은 네가 생각하는 그게 맞다고 눈짓하고 있었기에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 받은 결과 첫째는 '코로나 확진자'가 되었다.


나는 일어나지 않은 일로 걱정하는 사람이 아님에도 근래에 늘 불안을 안고 살았는데 우리 집에서 확진자가 나오고 보니 차라리 잘됐다 싶은 생각마저 든다. 방 안에서 혼자 지내야 한다는 말에 첫째는 강력한 도리질로 거부했고 자꾸 답답하다며 마스크를 벗어던지는 둘째까지 난장판인 격리 생활이 시작되었다. 릴레이 확진은 바라지 않지만 너마저 찾아온다면 기꺼이 격리 연장 생활 이어가마. 한 번은 겪어야 끝나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해볼게.


내일은 첫째의 고열이 미열로 바뀌기를.



작가의 이전글 관심사가 같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