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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yden Feb 25. 2018

다문화 사회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 영화 '범죄도시'와 '로니를 찾아서'

※ 영화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남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진선규 / SBS 청룡영화상 방송

 제38회 청룡영화제(2017)에서 많은 주목을 받은 배우가 있다. 솔직한 소감과 눈물로 대중을 감동에 빠뜨린 배우 진선규다. 그는 영화 범죄도시(2017)에서 장첸 일당의 ‘위성락’ 역을 맡아 놀라운 연기를 선보이며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더불어 그가 연기한 영화 역시 대중의 호평을 받으며 누적 관객 수 680만에 안착하며 선전했다.

많은 화제를 모았던 영화 범죄도시

 '범죄도시'는 한국으로 건너와 도시를 장악한 중국의 신흥조직 보스 장첸 일당을 소탕하기 위한 경찰 강력반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로, 2004년 서울시 금천구 일대에 실제 있었던 일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이다. 추석 연휴 중간에 개봉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관람객 수로 시작했지만, 실관람객의 호평이 이어지면서 입소문을 타고 흥행한 경우다. 영화의 흥행 요소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배우들의 명품 연기와 함께 스토리 라인을 깔끔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영화를 둘러싼 사회적 의미를 유도하지 않은 채 선과 악의 단순한 대결 구도와 액션을 내세워 논란이 될 만한 여지를 최소화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과 중국 교포를 단순한 깡패로 묘사하지 않았다는 점 역시 영화에서 이어질 사회적 논란을 줄이는 데 일조했다. 영화는 지역의 상인들이 악당을 검거하고 상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경찰에 협력하는 모습을 조명하는데, 조선족이 전형적인 악의 축이라는 클리셰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다. 이 때문인지 중국 교민 사회를 범죄자 소굴로 묘사했다는 비난을 받는 영화 '청년경찰'과 달리, 상영 반대 집회 등의 움직임이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중국 교포들에 대한 편견이 아직 뿌리 뽑히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범죄도시는 자칫 위험한 영화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은 어떤 대상을 바라볼 때 이미 가지고 있던 배경지식이나 편견으로 범주화해서 인식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대부분의 중국 교포들이 잔인하게 악행을 저지르는 범죄조직의 일원으로 등장하는 영화를 통해 기존 중국 교포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고, 실제 인물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발생했던 사건은 영화보다 훨씬 잔인했다. 사회적 의미를 위해 영화를 선한 사람들만 나오는 다큐로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일 것이다. 다만, 다른 범죄 영화와 달리 외국인 범죄를 다룬 영화에 대해서는 제작자로서나 관객으로서나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우리 사회는 아직 다문화 사회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이미 우리 사회 속에 '다문화'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뿌리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각인된 싸구려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2009년 안산시는 다문화 특구를 지정하며 행정적으로는 다양한 사람들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열린 모습을 보였지만, 정작 주변 지하철 좌석에 중국 교포가 앉았을 경우 사람들이 옆에 앉지 않거나 슬금슬금 피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용산역에서도 중국 교포가 어려운 길을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란 쉽지 않다. 백인에게는 어려운 영어를 써가며 친절하게 길을 알려주는 한국 사람이 종종 보이지만, 같은 우리말을 쓰는 교포들을 만나면 우선 경계의 눈초리로 대한다.


 이는 비단 중국 교포에게만 해당하는 일은 아니다. 생계를 위해 어렵게 노동하는 동남아시아계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히곤 한다. 이들도 같은 사람이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며 주변에 어울리고 싶어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우리지만, 한 번 씌워진 편견을 벗겨내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들이 우리와 함께하는 이웃이라는 점은 이제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어렵더라도 색안경을 벗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다문화사회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풀어낸 영화를 소개한다.

다문화사회를 담담하게 표현한 영화 로니를 찾아서

 로니를 찾아서(Where is Ronny, 2009)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을 최대한 사실적이고 담담하게 그려낸 영화이자, 그들이 겪는 차별에 집중한 작품이다. 주인공 '인호(유준상 역)'는 안산의 태권도 사범으로, 떨어지는 관원 수를 모집하기 위해 전 재산을 다 털어 시범대회를 준비한다. 그런 그가 갑자기 나타난 방글라데시 사람 '로니(이마붑 역)'와의 대련에서 한 방에 나가떨어져 태권도장은 망할 위기에 처한다. 시범대회 전 안산의 방범대원 역을 자처한 인호가 노점상을 하는 로니의 가게를 때려 부수면서, 전 재산을 잃은 로니가 인호에게 복수를 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버린 것. 이러한 이유를 알지 못하고 복수심에 불탄 인호는 로니의 친구 '뚜힌(로빈 쉬엑 역)'을 만나 갈등을 겪으며 함께 로니를 찾아다니게 된다.

방범대원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외국인 로니 / 영화 로니를 찾아서 

 뚜힌과 로니를 비롯하여 작중 등장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불법체류자이다. 이들이 우리나라에서 법령에 따라 추방되어야 하는 것은 명백하다. 하지만 이들이 외국인 노동자로서 겪는 차별과 혐오는 불법으로 인한 불이익을 넘어서는 것들이다. 방범대원이라 칭했지만 실은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는 자들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취객들에게 인신공격을 당한다. 화가 나서 본인이 먼저 외국인 가게를 부쉈지만, 막상 경찰이 오자 "나한테 왜 이래? 같은 한국 사람끼리?"라며 적반하장으로 외치는 인호의 고함은 그동안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가졌던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인드를 반영한다.

인호를 끝까지 따라다니는 뚜힌. 둘은 결국 친구가 된다 / 영화 로니를 찾아서

 하지만 영화는 이대로 끝나지 않는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혐오하게 된 인호였지만, 끝을 모르는 낙천적인 성격으로 자신을 지겹게 쫓아다니는 뚜힌에게만큼은 마음을 연다. 막상 친구가 된 뚜힌이 단속을 피하려다 엉겁결에 다치면서 영화는 절정에 이른다. 뚜힌도 자신처럼 많은 고민을 안고 있다는 동질감과 다른 불체자 외국인을 겨냥한 인호의 신고에 뚜힌이 피해를 봤다는 죄책감,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병원 치료마저 거부당하는 현실에 대한 분노가 한 데 뒤섞여 결국 인호의 고백이 터져 나온다. "내가, 내가 이 사람 보호자라고!"


 이제 다문화사회는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흐름이 되었다. 이제 외국인들도 한국 사람들과 동등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인정받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져 가는 중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쌓아 올린 편견의 벽은 아직도 높다. 이것은 전 세계의 교류가 활발해져 가는 지구촌 사회에서 가장 먼저 허물어야 할 마음의 벽이다. 이제는 다시 한번 중국 교포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어떻게 하면 달라질 것인지 고민해봐야 하는 때이다. '로니를 찾아서'와 같은 영화가 더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고, 그로 인해 우리 사회가 외국인들을 평범한 이웃으로 대하는 발판이 만들어지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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