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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의 해외출장

by 하연

자영업을 하는 프리랜서에게 출장은 흔한 일 일수도 있지만 아닌 직종도 있다. 가죽공예를 하는 나에게는 출장은 드문 일이었다. 센터에서 일을 할 때나 공방을 운영할 때의 출장은 출강 정도를 말할 수 있다. 출강은 자주 있지는 않았다. 보통 오전시간에 기업이나 공기관에 출강을 나갔었다.


그러다 일본 사입에 뛰어들면서 해외출장을 갈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생겼다. 4화에 썼던 것처럼 히라가나도 모르고 떠났던 일본이었지만 직접 부딪히고 도전하면서 경험하게 되었다. 첫 일본 출장 후 4개월 뒤에 다시 한번 나가게 되었다. 그때 진짜 제대로 된 일본 사입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제품을 사입 후 판매하게 되었다.


일 년에 4번 정도 일본에 직접 가서 사입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우연히 에어서울에서 '일본 무제한 항공권'을 판매하는 민트패스 프로모션 이벤트를 보게 되었다. 한정수량 2000개만 판매한다고 해서 도전은 해보겠지만 안 되겠지 싶었는데. 덜컥! 2000명 안에 들어서 구매를 해버렸다!




주문이 몰려 취소도 될 수 있다고 했는데 다음 날 확정 문자를 받아서 4-6월 무제한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 마음 같아선 매주 가고 싶었지만 매출이 엄청나게 많은 편도 아니었고 워킹맘이었기에 현실적으로 한 달에 한 번만 가도 많이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4,5,6월에 한번씩 일본을 갈 수 있었다. 4,6월엔 혼자 가고 5월엔 가족들과 같이 가서 아이와 함께 디즈니랜드도 가고 사입하는 곳도 가서 일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해외 출장을 가기 위해서는 남편의 도움이 절실하다. 출장을 가는 3,4일 정도를 남편이 전적으로 육아를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 그 부담이 컸다. 다행히 아이가 아빠를 더 좋아하고 아빠와 둘이 있어도 날 많이 찾지 않아서 더더욱 갈 수 있었다. 오히려 공항에서 쿨하게 나에게 인사를 하고 아빠와 같이 놀러 갈 생각에 뒤도 안 돌아보고 가는 쿨한 아들이었다.


출장을 갈 때마다 집도 깨끗이 청소해 두고 남편과 아이가 먹을 반찬도 잔뜩 해놓고 가야 마음이 편해서 전 날까지 부산하다. 마음이 불편한데 남편은 오히려 잘 갔다 오고 먹는 거에 아끼지 말고 잘 먹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오라고 말해주어서 매번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만약 남편이 이렇게 해외 출장을 자주 간다면 나는 그렇게 말하지 못했을 것 같다.






이번 출장도 2박 3일 짧은 일정을 다녀왔다. 항상 사입하느라 바쁘지만 저녁 시간은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내고 온다. 좋아하는 문구류 구경도 하고 남편과 아이 옷도 잔뜩 사고 신나게 쇼핑도 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해외 출장은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라 너무 좋고 리프레쉬가 되어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다.







올해 하반기에 또 갈 수 있도록 다시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 하반기에는 남편과 아이도 같이 가서 여행도 같이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그러려면 매출도 쭉쭉 올라가야 한다. 사실 요즘 전반적으로 매출이 줄어 암울한 시기를 걷고 있지만 꾸준히 버티는 존버의 길을 여전히 걷고 있다. 나에게도 쨍하게 빛이 비추는 날이 오길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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