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내고 싶은 하루, 우리가 보내고 싶은 하루
[뉴질랜드에서 혼자 있을 때 해 보고 싶은 일]
바다 보며 조깅하기
작은 산에 오르기
숲 트래킹 하기
발 길 닿는 대로 산책하기
이 모든 것을 빗속에서도 하기
바다 앞 도서관에서 글쓰기
도서관에 갈 때 맛있는 커피 사서 가기
미술관 가기
미술관 여러 번 가기
무료 밴드 공연 감상하기
여러 가지 식재료 사 보기
예쁜 꽃을 사서 화병에 꽂아두기
뉴질랜드 로컬 캔맥주 마시기
혼자서 와인 한두 잔 마셔보기
샌드위치 맛집 찾기
맛있는 초콜릿 발견하기
[뉴질랜드에서 아이와 함께 해 보고 싶은 일]
박물관에 가서 뉴질랜드와 오클랜드의 역사 살펴보기
미술관에 가서 뉴질랜드의 영감 받기
소, 양이 사는 공원, 농장 산책하기
자연보호 지역 트래킹하기
화산 지대 다녀 보기
바다가 보이는 놀이터에서 놀아보기
도시락 싸서 해변에 나가 오후 시간 보내기
도서관에 가서 함께 책 읽기
서점에 가서 재밌는 책 사 보기
여러 가지 채소 먹어보기
마트에서 맛있는 요거트 찾기
맛난 아이스크림가게 발견하기
선데이 마켓 구경하기
페리 타고 노을 감상하기
시드니에 다녀오기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뉴질랜드에서 지내면서 해보고 싶은 일의 목록을 만들었다.
‘뭐가 있었더라..?’
출국 날짜가 가까워지면서 비자와 챙겨야 할 서류들을 생각하느라 여기까지 목록을 적어둔 뒤 더 업데이트하지 못했다.
오클랜드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메모장을 열어보고 웃음이 나왔다.
기껏 적어놓은 버킷리스트가 너무 소박해서.
뉴질랜드로 떠나보자 결심한 뒤에 내가 그린 한 달 살기의 모습은 말 그대로 ‘살아보는 것’이었다. 오클랜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온전히 천천히 느껴보는 것 말이다. 매일 오클랜드의 핫플레이스, 맛집 탐방을 한 뒤 사람들의 눈 길을 끄는 멋진 인스타그램 피드를 만들어 올려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1초의 고민도 없이 내가 하지 못할 일이라는 답이 나왔다. 한두 번 맛있게 먹은 음식과 레스토랑을 블로그에 올리는 것은 가능할 것 같다. 매일 저녁 내가 만들어 먹는 식사의 레시피를 정리해 올리는 편이 더 쉬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클랜드의 도서관에 가서 글을 쓰고 싶다는 계획. 나의 하루, 나와 아이의 하루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리하여 흘러가는 일상에 대한 기록은 어떤 내용으로 채워지게 될까. 특별하지 않지만 행복이 묻어나는 그런 느낌이면 좋겠다.
“Cabin crew, prepare for landing.”
우리 비행기가 곧 오클랜드 공항에 도착한다는 기내 방송이 나왔다. 오클랜드 날씨는 영상 8도, 이슬비가 내리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