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by 한강)을 읽고
매일같이 가는 카페에서 보물처럼 나타난 그것.
이력서 쓰는 것을 마치고 뒤를 돌아 단골 카페의 책장을 오랜만에 훑었다.
우연이였을까. 바로 내 눈앞에 한강의 [소년이 온다]가 있는 것이 아닌가! 웃돈을 주고도 구하기 힘든 책에 바로 손이 갔고 이력서 작성도 끝났겠다 무작정 읽기 시작했다.
다시금 집 바로 앞 카페에 무한 감사를 표하며 그렇게 읽기 시작해 약 2시간 조금 넘게 정독하며 책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중간중간 눈물을 훔치는 일은 허다했으며 커피의 이뇨작용으로 화장실을 다녀온 것을 제외하면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518 광주민주화 배경의 소설에 푹 빠졌다.
“그래. 그 순간부터 내 몸을 증오하기 시작했어. 고깃덩어리처럼 던져지고 쌓아 올려진 우리들의 몸을. 햇빛 속에 악취를 뿜으며 썩어간 더러운 얼굴들을.”
눈물이 나오는 걸 간신히 참고 참으며 쭉쭉 읽어갔다.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
대학교 1학년. 선배의 꼬드김에 들어간 동아리는 민중가요를 노래하는 동아리였고 이에 맞게 역사공부 커리큘럼도 철저히 진행되었다. 난 좋은 기회로 인생처음으로 광주에 가서 518 민주항쟁터에서 묵념했던 게 머리에 스쳤다.
지금의 취준생인 나에 얼마나 한탄했던가. 행복에 넘쳐도 과분하지 않을 환경에 매일 한숨 쉬며 더 나은 삶과 비교하고 좌절했던 허망한 짓을...
오늘도 그들의 희생과 절망 덕에 큰 혜택을 보는 나. 그저 죄송하고 감사하며 더 많은 관심, 행동적, 금전적 지원도 잊지 않을 것을 약속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