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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바다 May 30. 2024

고맙다고, 더 잘 지내라고

안녕. 잘 가.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5시에 눈을 떴다. 미라클 모닝의 시작.

아침준비 후 스트레칭, 조깅, 샤워까지 하니 아침 7시다.


숙소 테이블에 앉아 차 한잔 마시니 인생 다 산 것 같다.

이제 시작인데 다 산 것 같은 아이러니함은 무엇일까.


어젯밤 꿈속에 그녀가 또 등장했다.

꿈의 내용은 기억이 안 나지만 눈을 떴을 때 어안이 벙벙.

기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묘한 선율.

아직도 함께 있는 것 같은 착각까지...

내 평생을 함께할 줄 알았던,

항상 내 옆에 있을 것 같았던 그녀가 헤어지자고 한다.

오랜 시간 같이 보내고 같이 살았다.

하지만 뒤처리는 왜 이렇게 힘들까.

그녀가 공적인(?) 일로 연락하지만 지금은 받아줄 수가 없다.

다시 만나자고, 보고 싶다고, 왜 자꾸 꿈에 나오냐고 말할까 봐...

난 아직도 좋아하는데 그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낼까 봐.


헤어지자고 연락받은 며칠 후 물었다.

나 사랑하냐고.

그녀 왈 그 질문에 답할 수 없다고 한다.


자꾸 꿈에 나와 가슴 아프지만 이제 떠나보내줘야 한다.

그래야 내가 삶이 평안하기에.

내 인생 누군가를 이렇게 좋아한 적은 처음이기에

내 머릿속, 가슴속에서 한 부분을 도려내는 게 쉽지만은 않다.


참으로 많은 희생을 했다고 생각한다.

없는 살림에 내 영혼까지 그대로 퍼줬다.

그녀 또한 나에게 배려, 희생을 참 많이 했지..


헤어지자고 연락받은 날. 바로 동남아행 편도 티켓을 결제하고 출국했다.

그녀가 반대로 샀던 티켓도 버리고 못 갔던 그곳!

퇴사 후 장기 배낭여행을 실행하고자...

비행기 안에서 휴대폰에 있던 그녀의 사진을 전부 삭제했다.

신혼여행 같았던 칸쿤, 잔잔한 여운의 마이애미, 뉴욕

그리고 터전이었던 시카고에서의 사진들까지 모두. 전부.


코로나 이후의 삶, 미국 MBA 공부,

학교 생활의 8할은 그녀와 함께 했기에 추억이 참 많다.

그리고 생각한다.

그녀가 나 또한 참 빛나게 해 주었다는 것을.

사람 만들어 줬다는 것을.

내 고집을 무르게 하고 생각과 꿈을 더 크게,

좋은 방향으로, 더 넓은 반경으로 만들어줬다.

그래서 고맙다. 함께한 모든 기억들. 추억들..

좋은 풍경을 앞에 두고 눈물이 난다. 힘들다. 아프다.

그래도 말하고 싶다.

고맙다고 그리고 더 잘 지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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